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규 Dec 03. 2020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한다는 것.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한다는 것.

1. 유니폼을 입고 집을 나서는 순간 누구나 건드릴 수 있고, 누구나 사진을 짝을 수 있는 만만한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귀신같이 안다. 유니폼을 입은 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웬만큼 거시기해도 정색하거나 따지지 못한다는 것을...
  공항 가는 버스에서 승무원이 앉은자리를  해외여행 가는 고객이니까 비행기 시간급하다고 자신에게 양보하라거나 바꾸자는 분(심지어 해당 항공사 고객이 아닌 경우도...).
여승무원이 졸거나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면 신체 특정부위나 조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하고,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아직 근무 시작 전이거나 근무 종료 후) 유니폼 위에 사복을 입고 넥타이를 풀고 있거나 헤어핀을 안 한 사진을 찍어서 회사에 유니폼이 단정치 못하다고 고발(!) 하시는 분.
심지어 여승무원이 사적 공간인 자가용 몰고 가면서 담배 피우는 것을 찍어 여승무원이 유니폼을 입고 담배 피운다고 고발하시는 분.
유니폼 입고 걸어가면서 핸드폰 통화한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
기내 면세품을 팔아야 하는 승무원이 공항 면세점 이용한다고 뭐라 하시는 분.

2. 한국이건 외국이건 공항 주변만 가면 유니폼 입으면 안내원이자, 하인이고 통역이 되고 출입국관리소 공무원이 된다.

유니폼 입고 있으면 다짜고짜 물어보시는 분들 정말 많다.
가끔은 반말하시는 분들도 있고,
알려드려도 어딘지 모른다고 그곳까지 안내해 달라는 분들도 있고, (우리도 바쁜데! 심지어 터미널 정 반대편 타 항공사!)
질문 내용에 대한 답을 잘 몰라서 죄송하지만 모르겠다고 하면 승무원이 그것도 모르냐? 고 질책하는 분,
영어 못한다고 대신 물어봐 달라는 분, 뭐라 하는지 알려달라는 분,
출입국 절차, 입국 신고서 대리 작성을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심지어 날씨가 나빠서 지연되는 걸 우리에게 화풀이하는 분들도 계신다.

3. 승무원 출입국 전용 라인은 새치기 라인.
공항직원들이 지상직원 전용 통로로 출국장을 오가는 것은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면서, 비행을 위해 오가는 승무원들이 전용 라인으로 가거나, 전용 라인에 기다리던 일반 승객들(전용 라인에 승무원이 없어서 그쪽에서 빠른 출입국을 하라고 배려받은 분들) 앞으로 가면 대개는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신다. 이것들이 승무원이라고 내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새치기를 해?!!!
가끔은 뒤통수에 쌍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출입국/보안 직원들에게 항의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죄송하다, 양보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깜빡했다고 회사 홈페이지로 complain letter를 보내시는 분들도 계신다.

4. 승무원은 짐꾼
비행기에 탑승해서 자기 자리 앞에 가서는 짐을 놔두고 우두커니 서서 턱을 치켜들고 도끼눈으로 승무원들을 쳐다보시는 분들이 제법 많다.
얼른 와서 내 짐을 짐칸에다가 올리라는 말씀.
하지만 승무원이 짐을 올려주어야 한다는 서비스 의무나 규정은 없다. 단지, 노약자나 다치신 분들의 짐을 올리는 것을 도와드리는 서비스를 할 뿐인데...
올릴 때는 손끝 하나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하기하실 때는 얼른 내리려고 알아서 짐칸에서 짐을 잘 내리신다는 것은 함정.

5. 승무원 휴식 좌석은 내 자리.
  비행 중 교대 후나 휴식 시간에 쉬기 위해 "승무원 휴식용 좌석"이라는 안내 스티커를 붙여놓은 자리에 막무가내로 앉으시거나 눕는 분들.
심지어는 쉬고 있는데 와서 톡톡 건드리면서 자기 자리와 바꾸자는 분들도..
이유도 다양하다. 옆자리 승객이 맘에 안 들어서, 냄새가 나서, 코를 너무 골아서, 시끄러워서 등 등...
(저기... 고객님 저희도 휴식을 취해야 안전하게 조종도하고, 서비스도 할 수 있답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랍니다.)
기장이 조종석에서 교대하고 나와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쉬는 걸 보고는 "기장 놈이 부기장보고 혼자서 비행하라고 하고는 자기는 나와서 빈 일등석에서 자빠져 잔다."면서 호통치시는 분도... 아무리 설명드려도 자신이 직접 조종실에 들어가서 눈으로 확인하셔야겠다고...
(결국 본심은 수십 년 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조종사들은 조종석에서 담배 펴도 되던 이야기를 듣고, 조종실 들어간 김에 담배 한 대만 피우고 나오겠다는 것.)

덧) 노파심에... 공항을 이용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반수의 승객들은 배려를 하십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런 분들이 상당수 계시네요.

작가의 이전글 공군사관학교 예비사관생도 부모님께 드리는 부탁의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