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규 Nov 29. 2020

공군사관학교 예비사관생도 부모님께 드리는 부탁의 말

SNS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분의 자제가 공군사관학교에 최종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면서도 마음 한편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말을 하고자 합니다.

1.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자제분은 이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난기를 4년간 겪을 겁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유튜브로 뭐를 하는지 알고 가도 막상 닥치면 회의가 오고 이 길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럴 때 현명하게 조언해 주십시오. 버티고 참으라고 말씀하시라는 게 아니라 자녀의 상태를 잘 살펴보시고 참는 게 나은지, 박차고 나오는 게 나은지 도와주십시오.

2. 사관생도는 대학생이지만 군인인 2중 신분입니다. 이제는 국가에 소속된 특수직 공무원입니다. 정치적 표현과 다른 사회 활동에 있어서 제약이 많은 신분이 됩니다. 젊은 날의 혈기로 인해 인생의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봐 주세요.

3.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고 누구나 다 조종사가 되지는 못합니다. 200명이 채 안 되는 졸업생 중 조종사는 50%도 안됩니다. 공군사관학교는 공군의 리더를 양성하는 곳이지 조종사만 양성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종사만 생각하고 있다 보면 절망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조종사만 공군 장교가 아니고, 조종사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자제분이 혹시라도 그런 일로 해서 괴로워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4. 아무리 사관학교가 좋은 곳이라고 해도 군대이고, 엄격한 위계질서와 타이트한 커리큘럼이 있기 때문에 항상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가족이 그립습니다.
1~2학년 때는 주말에 가끔씩 가족 소풍삼아 좋아하는 음식 챙겨서 면회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5. 자제분은 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하소연할 때도 많을 겁니다. 적당히 받아주시다가 심하다 생각되면 따끔하게 혼내주세요.

6. 이제 자제분은 군인의 길을 걷다 보니 재테크 같은 노후대책은 먹통이 될 겁니다. 청약저축이나 재형저축 아드님 이름으로 들어주시는 센스!
(어떤 부모님은 일반 대학교 가면 들었을 입학금/등록금을 통장에 저축해 주시기도 하더군요. 제 부모님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홀라당...ㅠ.ㅠ)

7. 가입교 기본 군사훈련과 공사 생활은 강한 체력을 요구합니다. 지금부터 가입교를 대비한 기초체력을 다지도록 도와주세요.(저는 합격자 발표 다음날 새벽부터 속초시내를 구보로 달렸습니다.)
더불어 흡연 습관이 있다면 끊도록 도와주시고, 올바른 음주 습관도 가르쳐 주시면 좋습니다.

8. 자제분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코로나 때문에 어디 돌아다니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국내라도 가족들이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9. 가입교 전까지 용돈 두둑이 주세요.^^ 제까짓 게 쓰면 얼마나 쓰겠습니까? ^^ (코로나 때문에라도 뭐 못합니다.)
자제분은 이제 젊음의 낭만이나 MT, 대학교 축제 따위는 경험해보지 못할 삼금제도가 남아있는 사관학교로 들어갑니다.
자제분에게 인생의 황금기를 아무 제약 없이 보낼 수 있는 단 두 달의 기간을 보내게 해 주세요.

10. 놀더라도 영어는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계속해서 보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다시 한번 자제분의 공군사관학교 제73기 우선선발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늘로! 우주로!"

작가의 이전글 인생은 공정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