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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Jan 10. 2024

[매니저와 꼰대 사이] 할 말은 하는 사람들.


대형 카페 근무 중인 제이의 경험담.


아니, 들어봐 봐. 나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설거지 다하고 뒤돌아 보니까, 바닥에 유리조각이 막 흩어져 있는 거야.

송이언니랑 매니저는 얼굴 빨개진 채 서있고. 보니까 매장용 유리컵이었어. 누가 던진 거지? 우리 셋 다 점심 이후부터 말없이 계속 일만 했는데 갑자기 그러니까.


당황스럽지! 저거 다 누가 치워? 싸우는 건 싸우는 건데 참... 매장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손님들은 다 우리 쳐다보지, 옆 매장인 식당 직원들도 하던 일 멈추고 고갤 다 내밀어 보더라고. 식당 직원인 훈식이가 나한테 무슨 일이냐고 손짓했는데 어깨만 으쓱했지 뭐. 나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데 어떡해? 그 와중에 휴게실에 있던 점장이 뛰쳐나와서 송이언니랑 매니저 데리고 들어갔다?


”점장님! 저 관둘게요! “


송이언니가 소릴 질렀어. 마침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  감미로운 멜로디를 뚫어버릴 정도로 송이언니 목소리가 매장 전체를 찌르더라고. 휴게실이 생각보다 방음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어.  


“이렇게 엉망으로 운영되는 곳은 처음 봐! “


매니저는 웅얼댔고 중간에서 송이 씨 잠시만요. 하고 말리는 점장 목소리만 들렸어. 2층 홀 청소하고 뒤늦게 돌아온 직원 둘도 나한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 나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휴게실을 가리켰지.


“매니저라며, 그런데 이따위로 해? 점장님, 오늘 아침에도 봤죠? 쟤가 발주를 잘 못 넣어서 무리하게 들어온 물건 옮기다가 남직원 한 명 결국 다쳤잖아요! 물량 들이는 것도 잘 못하더니 하다 하다 사람까지 다치게 하네?

나도 다른 곳에서 매니저 해봤는데 이렇게 하지 않아. 너, 매니저 일한 지 이제 육 개월 다돼 가는데 아직도 매장관리 도 못할 거면 일이라도 잘해야지. 직원들만 생고생하게 만들고. 이제 물류 파악하는 거까지  직원들한테 미뤄?   네 일이잖아!! “


송이언니가 다다다 막 쏘아붙이는데, 송이언니 화난 거 처음 봤다니까. 송이언니가 하는 말 솔직히 속 시원하긴 했어.  하는 말 전부 팩트였으니까.  어쨌든 드디어  문 너머로 매니저 목소리가 들렸어.


“아... 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일해봐서...”

 

매니저는 개미만 한 목소리로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일해봐서 ‘ 이것만 반복했어. 그리고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송이언니가 문을 박차고 나왔어. 그리고 휴게실 쪽으로 저 일 못합니다! 소리치고 앞치마 벗더니              진짜 그대로 나가버리더라고. 아 물론, 자기 소지품은 챙겨서 말이야.


황당하긴 했지만, 우리 중 누가 송이언니를 붙잡을 수 있겠어? 떠난다고 마음먹은 사람 붙잡기 힘들어. 일 잘하는 사람이 나가서 아쉽긴 하지. 하지만 괜찮아.   점장이 새로운 사람 또 뽑을 테니까.  큭큭 , 유리조각은 결국 우리가 치웠어. 큰 조각들은 내가 분리해 버리고. 남직원은 쌍욕 날리면서 분노의 빗자루질했지.

폭풍같이 지나간 그 일후에 매니저는 정신 차렸는지 우리 직원들한테 나름 친절하게 대하고 발주도 자주 체크하더라. 여전히 물건이 모자라거나 과하거나 빼먹거나하지만.


응? 나 괜찮냐고? 당연히 괜찮지. 나 정직원이야. 1.5인분 해서 며칠은 피곤하긴 하겠지만 그만큼 인센티브는 줘. 그리고 나도 일하다 보니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지난번에 점장하고 상담했거든? ‘이 돈 받고 일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름 하소연했지. 그랬더니 월급 올려줬어. 나 잘했지?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겨야 해. 안 그럼 호구된다니까?


내 생각엔 그래. 퇴사도 상도덕이 있어야 한다고 봐. 앞뒤생각 안 하고 당일통보하고 나가버리면 남아있는 사람들만 힘들지. 안 그래? 우리야 어찌 됐든 인력이 충분해서 서로 땜빵 놔주긴 수월해. 에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의사표현 확실해. 말 안 하면 모르니까. 눈치 없는 사람들 종종 있거든. 실수하면 바로 사과하고.


나도 모르게 말 실수할 수 있잖아. 상대방 감정상 하는 게 보이면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 미안하다’ 말하고.

 지적당하면 그 순간 기분 나쁘지만 일로 지적당하는 거니까 어른답게 그 정도는 뭐~! 하며 넘기고.

대신 나한테 이런 건 맞춰달라고 상대방한테 부탁하고. 서로서로 소통이 되어야지. 그렇게 안 하면 힘들어!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 잘 받아들이더라.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닌 이상. 다 대화로 풀려고 하고...

그럼, 언니는? 언니는 어땠어?





돌이켜 보면, 나는 그러질 못했다.

하지만 제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람과 척지지 말아야 한다는게 꼭 정답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말을 안 하면 오히려 상대방은 ‘이렇게 해도 괜찮겠지’ 계속 선을 넘어온다. 그런 일이 계속 쌓이다 보면, 내가 잘못한 건지 상대방이 잘못한 건지 헷갈려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워지고 결국 본인 속만 갉아먹게 된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 헤어지더라도 굳이 나쁘게 헤어질 필요 없다.

나는 여전히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 또한 상황에 맞춰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열악한 환경, 동료들의 텃세, 상사의 차별 등 참고 견디며 일한다는 건 요즘 시대와는 좀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곳이 나를 너무 불편하게 하고 나랑 맞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하루빨리 나오길.

일할 곳은 많으며 새로운 길은 반드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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