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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Apr 09. 2024

[카페매니저 ‘을’의 푸념] 오픈런하는 사람들


“커피 돼요?”

“히익!”


거리의 한산함을 느끼며 홀로 여유를 부리며 카페 매대를 닦고 있던 나는 화들짝 놀랐다. 비명 같은 내 외침 속에 단골손님이 멋쩍어하며 서있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나는 부리나케 불 꺼진 매장 안으로 들어가 전자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십 분 남았구나. 그러나 일부러 여기까지 발걸음 해준 손님을 영업개시할 때까지 세워둘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샷부터 내렸다.


기온이 21도만 돼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차가운 음료를 손에 쥐고 있다. 더운 계절에는 음료를 쟁취하기 위해 몇몇 손님들은 카페로 ‘오픈런’ 한다.        


기다린다고 바로 음료가 나오는 건 아닌데 아무튼 기다린다. 한 사람이 줄 서기 시작하면 그 뒤로 몇 명 더 같이 기다리기 마련이다.


마치 맛집에 줄 서는 것처럼.


나도 사람인지라, 오픈 직원인 나보다 먼저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보면 그대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반쯤 감긴 눈과풀어지지 않는 입으로 인사를 하며 손님에게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양해를 구한 뒤 시간제한 영업 개시를 한다. 마치 미션을 받은 것처럼 제한 시간 안에 가게 세팅을 마쳐야 한다.


이런 압박감이 여름 내내 날 짓눌렀다.


“아직 안돼요?”

“제가 이제 출근해서요. 한... 삼 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커피 내리는데 그렇게 시간 걸려요?”


나는 출근 시간을 지켰을 뿐인데 괜히 죄인 된 기분이었다.  단지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나는 정해진 그 시간만큼 월급을 받을 뿐이다. 나나 직원이나 가끔 십오 분 이십 분 일찍 출근할 때가 있는데  어제 마감반이 다 처리하지 못한 일을 해결하거나 기구 혹은 바닥 청소 중 하나다.


그래서 모처럼만에 일찍 출근해 청소를 한창 하고 있으며 문 앞엔 영업 전이라는 팻말을 붙여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장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아 에어컨부터 켜라고 요청하는 손님을 보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나는 더 피곤해지긴 싫었기에, 영업시간을 간략히 다시 안내하며 차가운 바람이 나오도록 에어컨부터 킨다. 밀대질로 인해 바닥은 미끄럽고 원두를 비운 호퍼는 씻고 말리는 중이다.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커피를 바로 제공받을 수 없는 손님은 언제 빨리 카페 라떼를 내오나 하는 눈으로 날 지켜본다.


그 눈길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저 더운 날이라 시원한 걸 빨리 마시고 싶겠거니 하며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 덤덤하게 내 할 일을 대강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 되도록 손님이 주문한 걸 먼저 내주고 내 할 일을 뒤에 확실히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 삼십 분 일찍 출근했더라도 가게에 울리는 전화를 되도록 받지 않는 것도 괜찮다. 사장님 재량으로 운영지침이 된다면 따르면 되지만,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면 이는 평일 근무자와 주말 근무자가다르므로 직원과 직원, 직원과 손님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문제가 있으면 사장님이나 매니저가 해당 직원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하지 매장 전화로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잘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평일 직원이 한 번 받기 시작하면 손님은 주말도 되는 줄 안다. (당연함) 그래서 평일과 비슷한 시간인 영업 이 삼십 분 전에 울리는 손님의 전활 받지 않으면 약 십 분뒤 조금 화난 표정의 손님이 카페 앞에 도착한다.


‘저기요, 왜 전화 안 받아요?’


’죄송합니다만, 저희 아직 영업 준비 중이라 미처 받지 못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어? 지난번에 되던데!‘


‘혹시 언제 주문하셨을까요?’


‘내가 화요일에 포장해서 바닐라 네 잔 마셨는데! 여기 00 가게 아니에요? 똑같이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바로 해드릴게요.’  


평일 근무자들에게 어떤 얘기도 듣지 못한 주말 근무자들은 영업 개시 전부터 약간의 불쾌함을 가지고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럴 때 카페 매니저라면 둘 사이 이야기를 찾아 듣고 잘 조율해 서로 편한 쪽으로 조정해야 한다. 아니면 평일과 주말 직원들 서로 이미지가 상당히 나빠진다. 그래서 나는 둘 다 영업 전 전화를 받지 않는 걸로 정했다.


직원 입장으로 봤을 때 근무 시작 전 일을 시작한 다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이므로… 모닝커피를 사러 오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심정을 조금은 공감해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카페 직원도 엄연히 출근하는 사람들이니까.


(끝으로 오픈 시 주의할 점을 간단히 말하자면.)

*프랜차이즈 카페 기준입니다.


– 출근하자마자 포스기를 킬 것 (손님들은 포스기가 부팅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 커피 그라인더를 작동시키고 물통에 생수 받을 것

– 행주 및 나머지 주방기구들을 정리할 것

– 포스기가 창문 쪽에 있다면 창문 여는 것과 매장 문 그리고 음악, 조명 키는 건 제일 마지막에 할 것   (특히 불 켜져 있거나 음악소리 들리면 손님들이 가게영업하는 줄 안다.)

-영업 전 팻말을 (되도록 한글 추천) 크게 붙여놓자.

영업시간도 적어서 밖에서 잘 보이게 붙여놓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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