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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cos Sep 19. 2021

<철학브런치> 리뷰 -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들


삶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얻고자 인문학 책을 찾곤 하는데 시중에 나온 인문학 서적들을 보면 고전철학의 글귀를 인용하거나 파생되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무턱대고 고전을 집어들면 난해한 문장들 속에서 헤매다 이내 좌절하게 된다.


그런 면에 있어 이 책은 난해함의 숲 속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잘 뽑아내어 철학에 대한 접근성을 도와준다. 그리고 장대한 서양철학사의 흐름 속에서 주요 철학자의 일화를 곁들여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먼저 서양철학은 소크라테스가 진정한 지혜를 추구하기 위해 진리를 탐구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 관념과 실재, 신과인간, 존재와 부재 등 도저희 답이 없을거 같은 질문을 붙잡고 반복해서 묻는다. 헬레니즘 사상은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체계화시켜, 현실 너머의 실재 '이데아' 를 상정하면서 출발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이데아의 모방이며 철학자란 현상을 초월한 참된 진리를 볼 수 있는 인물이란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 정치체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국가적 이데아를 위해서 철인정치를 주창하기도 한다. 결국 이데아 이론도 이런 플라톤의 이상국가 실현을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추상적인 이데아가 아닌 자연탐구를 중시하는 현실적 입장을 취하면서 존재의 원리를 탐구하는 형이상학과 함께 서양 논리학의 기초를 세운다. 이처럼 헬레니즘 당시에 깊은 사유들은 '서양의 2천년 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들로 이루어졌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대 서양철학의 패러다임을 마련하고 다양한 변주들을 낳게 된다.


로마시대 제논에 시작하여 아우렐리우스를 통해 발전한 스토아철학은 개인의 attitude 를 중시하여 세계를 변화시킬 궁리를 하기보다 스스로 긍정적인 실천을 하도록 얘기한다. 다른 철학과 달리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기에 현대에도 다시금 각광을 받고 있다.


종교가 이성을 속박한 중세의 신학적인 사고가 저물면서 베이컨 경험론 '아는 것이 힘이다', 데카르트 합리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의 과학적 이성들이 등장하며 근대철학의 문을 열게 된다. 칸트는 '내용 없는 생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 적이다.' 라는 금언과 함께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세계 인식을 인간의 내면과 연결시켜 기존 철학의 발상을 전환시킨다.


칸트가 열어젖힌 형이상학의 문을 통과하여 헤겔과 쇼펜하우어는 독일 관념론을 발전시킨다. 특히 헤겔은 인류 역사 자체를 세계정신이 서서히 구현되는 과정으로 보고 역사적 인간 이라 명명한 영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 주장한다. 이런 헤겔의 사상은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나치의 전체주의 등에 영향을 끼친다.


헤겔과 동시대를 살은 쇼펜하우어는 당시에 비주류였지만 기존 형이상학서 뜬구름 잡듯 말하는 본질 개념을 뒤집으며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라는 도입부와 함께 세계의 본질은 의지이며 인간의 삶과 인식을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지란 밑 빠진 독과 같아 행복이란 달성하기 힘든 그저 추상적으로 머무는 데 비해 고통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하며, 그의 철학의 핵심은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를 벗어나는 데에 있다. 언뜻 봐도 불교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니체는 이런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비극의 탄생' 을 통해 아폴론적으로 대변되는 고대 그리스로 부터 이어져온 이성적 믿음 전체를 전복하고 디오니소스적인 비이성을 강조한다. 이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어 '신은 죽었다' 라는 단호한 선언과 함께 기독교를 포함한 보편적 가치를 부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신이 없는 허무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자기극복의 초인사상을 제시하고 실존주의를 밝히게 된다.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 는 인간은 그냥 던져진 존재자로서 자유에 방점을 둔다. 하지만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만큼 무한한 책임을 져야하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하이데거는 현존재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를 보편성이 아닌 고유성을 부여하여 각자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처럼 철학은 다양한 사상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며 변증법적인 진보를 거듭하거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에게 물음표를 주면서 동시대에 필요한 성찰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앞으로 인류가 존속하는 한 그러한 질문들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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