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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cos Feb 06. 2022

[북리뷰]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 에릭와이너


여러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여행기 형식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원전으로 읽으면 어려운 부분도 저자가 현대인의 관점으로 잘 풀어내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시대의 멘토들의 다양한 조언을 한권의 책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명상록은 마르쿠스 자신의 생각을 검열 없이 내보내면서 철학하는 행위 자체를 담아낸 책이다. 스스로에게 생각을 그만두고 행동에 나서라고 재차 촉구한다.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은 외부에서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 나 자신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이 되어야 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나를 해칠  없다 ".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고민해보면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 루소처럼 걷는 법


나는 멈춰 있을 때에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돌아간다불규칙적이거나 너무 격렬한 움직임은 우리를 꿈에서 깨어나게 한다. "

루소는 '인간의 자연적 선함' 을 믿고 인위적인 것을 벗어난 순수한 자기사랑을 표방하였다. 하루에 30km 이상을 걸었고, 정신활동을 강조하던 통념에서 벗어나 걷는 행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하였다. 평소 우리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차서 바쁘다. 반면에 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정신이 자유롭게 배회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도 평소 걷기를 즐겨했다. 소크라테스의 아고라 거닐기, 니체의 알프스산맥 여행,  소로의 트레킹, 칸트의 산책들 등등. 혹자는 '걷기는 움직임 속의 성전' 이라고 평한다.     


3. 소로처럼 보는 법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인생의 본질적인 실상에 직면하고 싶어서그것들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죽음을 맞이 했을  내가 제대로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지 않아서였다. "

가끔은 주변을 살피거나 탐구하지 말고 무언가를 열심히 보려 하지 말고온전히 자유롭게 걸어야 한다. " 

소로는 매일 틀에 박힌 것만 보지 않고 아무 방해 없이 자신만의 일을 하겠다는 다짐에서 월든 호수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아간다. 그곳에서 느긋하게 지내면서 호수를 관찰하고 음미한다. 소로가 강조하는 것은 인류가 외적인 발전에 집중한 나머지 정신적 필수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을 간소화하고 정신의 양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삶의 길이라고 <월든> 책에서 강조하였다.   


아름다움에 익숙한 사람은 쓰레기장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지만흠잡기 선수는 낙원에서도 흠을 찾아낸

. "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 자신이다 " 

소로에게 월든에서의 고독함과 간소함은 잘 보기 위한 것으로 즉 세상을 의도적으로 바라보아 인생의 본질에 직면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나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자극적인 정보에 중독된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물론 그가 한 것처럼 숲속에 숨어들 순 없겠지만 가끔은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그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을 '마음검사' 로 여겼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보는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4.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쇼펜하우어를 비관적 염세적인 철학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음악에 대한 견해는 신선했다. 우리는 보통 음악을 들을 때의 감정에 젖어 들어 즐기게 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 음악은 감정의 본질  내용 없는 그릇을 전달한다 " 고 한다. 음악을 들을 때의 슬픔 자체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라서 슬픈 것보다 감정 자체를 느끼게 해준다. 사실 우리를 진짜 아프게 하는 것은 슬픔에 대한 대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통에 푹 빠지지 않고 그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한발짝 물러나 거리를 두면 감정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5.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 

쾌락이 최고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여 '고통의 완화' 라고 규정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고통의 삶 속에서 사소한 즐거움에도 왜 감사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소비를 통해 물질적인 욕망을 추구하지만 채우면 채울수록 불필요한 고통까지 수반하게 된다. 욕망을 최소화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작은 것에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불교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범사에 감사하라' 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함을 느끼는 과정에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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