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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cos Jan 02. 2021

나를 찾아가는 발자국

공무상의 이유로 2016~2017년 경 해외를 많이 다녔었다.

2016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싱가포르 핀란드 

2017 쿠웨이트 홍콩 인도


체코의 경우 2015 에도 개인여행으로 다녀오긴 했으나 

2016 에 다녀온 체코는 깊이가 달랐다.

오래 머문 기간 동안 현지업체와의 인연으로 

체코 구석구석을 누비고 관광지로서의 체코가 아닌 

짧게나마 내 삶의 경유지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속에 녹아들었었다. 


그 외에도 눈으로 뒤덮인 핀란드 지방 소도시, 

아침마다 도심 전역에 코란소리가 울려퍼지던 쿠웨이트

곳곳에서 만난 벤더 담당자와의 추억...


아무래도  당시에는 일로  찌들었던 내 일상이 특별하지 않았던것 같아 

별도로 포스팅을 하거나 사진을 옮겨담지도 않고 폰에 고스란히 뒀었다. 

언젠가 시간날때 끄집어 내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이후로 휴대폰이 2번이나 바뀌고, 이전에사용했던 아이폰은 먼지 쌓인 구식이 되었다.

술김에 떠올라서 비밀번호를 몇번 실패하다보니 어느날 비활성화, 즉 벽돌이 되버렸다.

본래 아이폰에 익숙지도 않았는데 언젠가 pc로 옮겨야지 생각한 안일함으로 

아이클라우드에  따로 옮겨놓지도 않았고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에 나의 2년간의 추억은 고스란히 수장되고 말았다.


유투브나 네이버지식인등을 뒤져보았지만 

비활성화된 아이폰의 자료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더 건드리진않고 한동안 내버려두다가 

가끔 그때의 추억이 생각날땐 기억을 더듬게 된다.

그나마 gmail 로 오간 업무사진 정도는 조금 남아 있었고,

슬로바키아는 블로그 포스팅을 한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시엔 생생했던 추억들이 수년이 지나고나니  

머릿속에서 점점 흐릿흐릿거 해지는거 같아 서글프긴 하다.

그리고 몇년 후에 같은 후회를 하고싶지 않아서 

여태 여행사진 부스러기들이라도 모아서 포스팅이라도 해야겠단 결심이 들었다.


혹자는 그랬다. 

'여행가서 사진 많이 찍지말고 가서 마음 속에 담아두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인간의 뇌나 감정도 생체적 노화에 따라 저장용량에 한계가 발생할 수도 있고 

때로는 어떤 기억들은 세월 속에 파편화되거나 잠식되어 

가끔에라도 끄집어 볼수 있는 추억의 링크가 필요할거라고...


지금의 나도 현재가 있기전 과거가 켜켜이 쌓여서 된건데, 

지나온 시절을 잊고 사는것도  많이 허전할거 같기도 하다.

불과 20대때는 살아온 시절이 얼마안되서 그 중요성을 크게 못느꼈지만, 

지나온 발자취가 길면 길수록 과거의 내 자신을 추억하는 날이 많아지는거 같다.


예전엔 SNS 등에 건건히 사진 올리고 하는게 참 귀찮거나 소모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하루하루 생각을 정리하고 담는거 자체가 쌓이고나면 의미있을거란 생각도 든다.


특히나 Post Covid19 시대에선 

이전처럼 마스크 안끼고 자유로이 해외를 활보하던 시절도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는 돌아가기 힘든 풍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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