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ravelDiv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fuel Sep 14. 2015

만남

우연이 주는 즐거움



베트남 호치민을 목적 없이 여행한 적이 있다

화요일에 "떠나자!" 마음먹고 티켓을 끊고 휴가원을 제출하고 수요일에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호치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후배의 방을 베이스 캠프 삼았다

그곳에서 일을 하는 후배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로 하고 

나는 발가는데로

올라탄 버스 가는 데로

여정을 떠났다




사람들은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쇼핑, 보다 많은 곳에 발 닿기, 산해진미를 먹고 사진을 찍어 포스팅하기..

난 그런 개념은 없다

그냥 회사가 나를 옥죄면 손에서 튀어나가는 세면대 비누처럼 튀어 나간다

그리고 무작정 걷는다

다리가 아프면 버스를 타고 오토바이를 빌린다

목적 없는 여행이지만 그 여행 중에 작은 목적을 만든다... 아니 생기곤 한다




매일 똑같은 출근길의 익숙한 길과 같은 세팅의 사무실 책상과 15인치 모니터에 고정되어 지친 내 눈은

버스 창 너머의 생경한 풍경들로 인해  한결 부드러워지기 시작해지고

그렇게 녹녹해진 눈으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걷는다

무작정 말이다

걷고 걷다 보면 맘에 드는 건물과 풍경과 사람들을 만난다





공안





시내를 달리는 아이들






버스를 타고 졸린 기운에 반쯤 감긴 눈으로 차창 밖 풍경을 담는 재미는 언제나 쏠쏠하다





나의 사막 투어 가이드 소년

너보다 ATV를 사막에서 잘 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단다

참~ 그리고 난 사막에서 ATV를 타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긴 하다

왜냐면 난 사막을 처음 왔거든





그룹을 이루고 커플을 이뤄 현지 관광사에서 투어를 신청하다 보니

난 혼자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하노이에서 혼자 놀러 왔고 호주에서 유학을 해서

나보다 영어가 유창하며 하필 또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그녀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사막이라 신난 거니 아니면 휴가가 신난 거니

몇 번의 점프를 카메라에 담아주고 페북용 사진을 셀렉 해줬다

그러니까





나도 휴가라 신난 거다


그리고 하노이에서 혼자 놀러 왔고 호주에서 유학을 해서

나보다 영어가 유창하며 하필 또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그녀와는 사막을 끝으로 헤어진다

재밌는 건  아침을 같이 먹던 오지랖 넓던 사장님께서 잘해보지 그랬냐며 아쉬워하셨다

그녀와는 짧은 영어로 몇 마디  주고받았고 사막 점프를 몇번 시켰을 뿐인데 잘할 여지가 있나요?


그분이 뭘 의도하는지는 내 나이 정도면 므흣하게 알아 들었지만 순진한 척 외면했다

내 머리 식히기도 바쁜 여행이다

짧던 길던 만남을 갖게 되면 나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극악의 연비를 자랑하는 비싼 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고 싶은 길만 잘 골라서 달리고 싶은 거다

무작정 발 닿는 데로 갈 때는 그저 여행할 때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기억...밖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