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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uel Sep 29. 2015

해를 따라 걸어

동공이 커지기 시작해



그날은 청소를 할까, 영화를 볼까 아주 큰 고민 중이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햇빛을 보기 전 까지는......

결국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빛이 한껏 내려 앉는 날이면 카메라를 메고 나가게 된다

뭘 담을지보단 카메라를 핑계로 그저 내 주변을 자세히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카메라 하나로 흥미진진한 산책이 시작된다

가끔 1호선 전철을 타고 내가 절대 내릴 일이 없는 역에서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걷는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걷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걷는다기보단 내가 와볼일 없을 그곳을 눈에 담으며

그 생경함을 즐긴다

그러다 눈에 한껏 담길 때 카메라를 들기도 한다




버스를 타기도 한다

매일 같은 번호의 버스로 시내를 쳇바퀴 돌던 나는

어디 가는 지도 모르는 낯선 동네의 낯선 번호의 버스를 탄다

그 자체가 재밌다




어느덧 해가 사라지고

하루 종일 걸은 탓에 카메라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빠져나간 체력을 하루 종일 새로움으로 채웠다





침대에 누워

그날의 여행을 곱씹으며 메모리에 담긴 사진들을 생각해보고

느꼈던걸 정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멋진 빛이 블라인드 너머로 충분히 들어오는 날이면

카메라를 메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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