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도록 걷고 있다
-어디야?
--일본
-일본 어디?
--일본 어디...
-뭐해?
--그냥 걸어...
-그래 걸어
--응...
남자는 생각했다
멀리 떨어진 건 그가 아닌 그녀라고
남자는 산책을 하고 있었다
걸음마다 그녀를 흘리며
소란스러운 아이들 소리에 벨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티켓이 있더라... 살까 해...
--그럴 필요 없어... 네 자리가 없어
이제 그녀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남자는 조금 더 멀어지려 버스를 탄다
덜컹 거리는 버스 창으로 빛이 일렁이며 들어온다
남자는 흐린 날이 좋았지만 햇빛이 가득한 날에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가 좋으니까~ 우리 산책 갈까요?
남자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화사한 빛이 한가득 얼굴로 쏟아져 내린다
이젠 정말 햇빛 가득한 날이 좋아지고 있다
-올 거지?
그는 그녀의 마지막 전화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온 적은 있니?
그의 산책 끝에 건널목이 나타난다
요란한 소리에 기차가 지나간다.. 이제 건널 차례다
건널목을 건너며 남자는 생각했다
걸음이 가벼워 진건 더 이상 흘릴 지난 기억들이 없다는 것이고
다만 눈이 무거워지는 건 새롭게 좋아진 햇빛을 가득 머금어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