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2일 첫 번째 문장
탁-탁-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알람 없이 잠에서 깼다. 눈을 반쯤 뜨고 침대 시트 위를 더듬어 핸드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했다. 소중한 연차날, 평소보다 더 일찍 아침을 깨운 것은 알람도 아닌 빗소리였다.
졸린 눈을 끔뻑거리며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해외 클라이언트에게서 골치 아픈 메일이 밤새 연달아 와 있었다. 용건이 궁금했지만, 자동응답 메일을 설정해 둔 덕분에 굳이 답하지 않아도 될 명분이 있었다. 다시 핸드폰 화면을 잠그고 갈색 얼룩이 있는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하품을 했다.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여니 도로의 소란스러운 소음이 축축한 봄바람과 함께 흘러들어왔다. 방충망에는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이대로 두면 방 안으로 빗물이 들이칠 테니 다시 창문을 닫고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봤다.
장난감처럼 작아 보이는 자동차들이 슬금슬금 도로 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오는 탓인지 오늘따라 형형색색의 차들이 더욱 느리게 기어가고 있었다. 시선을 살짝 오른쪽으로 옮기니 우산을 쓴 사람들이 인도 위를 걷고 있었다. 남색 우산을 든 남자를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때 그의 옆으로 빠르게 지나간 승용차 한 대가 도로에 고인 물을 촤악- 뿌렸다. 우산을 든 남자는 잠시 멈춰 서서 옷을 훌훌 터는 듯한 동작을 했다. 너무 멀어서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잔뜩 찌푸린 엉망인 표정일 것이다.
나는 이 비 오는 날의 승리자는 연차를 쓴 나라고 생각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