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2일 두 번째 문장
조용한 시골마을, 작은 마당이 딸린 초록 기와집에 오랜만에 당신의 아들 내외가 손녀들을 데리고 왔다. 젊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적막한 동네에 앳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당신의 이웃들이 하나둘 집을 들여다보며 "손주들이 왔나 봐~" 하며 부러운 듯 인사를 건넸다. 당신은 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손녀들은 당신의 딸이 쓰던 방을 뒤적거리다가 먼지가 쌓인 빛바랜 앨범을 발견했다. 작은 손녀가 당신에게 앨범을 내밀며 사진들을 설명해 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수년 동안, 아니 어쩌면 수십 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을 앨범을 당신은 받아 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훅- 하고 숨을 내쉬니 먼지가 당신과 손녀 사이를 가득 채우며 퍼졌다. 함께 한참을 콜록거렸다. 당신의 아들이 당신의 기관지가 좋지 않으니 자신이 먼지를 털어주겠다며 손에 들린 앨범을 가져갔다. 아들은 마당에서 앨범에 쌓인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티슈로 남은 먼지를 닦아 당신에게 돌려주었다. 희끄무레한 회색빛이었던 앨범이 연노랑빛의 본래 색채를 되찾았다.
얼른 사진을 보자는 작은 손녀의 사랑스러운 재촉에 당신은 오래된 사진첩을 펼쳤다. 마음이 시큰거리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녀석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으니, 당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사진을 쓰다듬었다.
손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구예요? 할머니예요?" 하며 사진 속 고운 얼굴의 주인을 물었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해 전 먼저 떠나보낸, 당신의 배필이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떠나기 전 아내의 손이 너무나 거칠었던 것을 생각했다. 애써 먹먹한 마음을 삼키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