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6일 첫 번째 문장
조용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타닥타닥- 카페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와 섞였다. 낡은 원목 테이블에 팔꿈치를 기대고 앉은 그녀는 긴 검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유리창에 고인 빗방울을 바라봤다. 맺힌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더니 아래에 있던 물방울과 합쳐졌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가 사라졌다.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초점을 유리창 너머로 맞췄다. 까만 우산을 쓴 남자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가 가로등 불빛을 흐릿하게 반사했다.
그녀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다 테이블에 놓인 커피잔으로 손을 옮겼다. 따뜻한 머그잔을 움켜쥐니 차가웠던 손이 온기로 채워졌다. 주변의 소음이 잠시 멀어지는 듯했다. 입가로 잔을 가져다 댔다.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에 스며들며 쇼팽의 녹턴이 귓가에 감돌자, 오랜만에 그녀의 가슴속에 평온함이 찾아왔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반짝이는 금빛 책갈피가 책 사이로 스르륵 흘러 가방 안에 빠져버렸다. 그녀는 곤란한 표정으로 가방을 뒤적거려 장미 모양의 책갈피를 꺼냈다. 책을 3분의 1쯤 읽었던 것이 막연하게 떠올라 손끝으로 책의 옆면을 적당히 나눠 펼쳤다. 낯선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야망을 멀리하고, 햇살 아래 사는 기쁨'이라는 구절은 세속적 성공과 물질적 욕망을 거부하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책의 페이지를 앞으로 넘겼다. 서너 장쯤 페이지를 넘기고, 종이에 스친 손끝이 살짝 따갑게 화끈거릴 때쯤 그녀는 자신이 읽던 구절을 마주했다.
「화자는 봄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그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 없이 세상은 여전히 겨울처럼 차갑게 느껴집니다.」
씁쓸함이 올라왔다. 얼마 전 끝나버린 오랜 연애를 떠올렸다.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아, 분명 따뜻함이 느껴졌었는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순간 의미를 잃었다.
달콤했던 피아노 선율. 반짝이던 책갈피. 감미로운 커피 향.
흘러내리는 눈물처럼 비 내리는 창밖의 풍경만이 유일하게 가치를 가졌다.
※ 책의 내용은 다람북스의 셰익스피어 명문선집에서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