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7일 두 번째 문장
'너무 힘들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친 얼굴의 청년은 지하철에 올랐다. 숙였던 고개를 들고 반쯤 감긴 눈으로 지하철 내부를 둘러봤다. 안타깝게도 지하철엔 자리가 없다. 그는 뒷주머니를 더듬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미간을 좁혔다. 저녁이라기엔 너무 늦어버린,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있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지하철이 덜컹거리며 출발해 버렸다. 우스꽝스럽게 손을 허우적거리지 않으려 다리에 힘을 줬다. 다행히 살짝 휘청거렸을 뿐, 바보 같은 모습은 되지 않았다. 서둘러 팔을 뻗어 노약자석 옆의 차가운 손잡이에 어깨를 기댔다. 텅 빈, 색이 다른 세 개의 좌석에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지하철은 지하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왔다.
한강이 보이는 대교를 지났다. 검은 강물을 내려다보니 저것에 집어삼켜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개를 살짝 들자 형형색색의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힘없이 풀린 청년의 눈이 가늘어졌다. 강 너머에 보이는 것들은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색채라고 생각했다.
다시 지하철 안으로 시선을 옮기자 빈 좌석이 보였다. 양옆에 앉은 사람들을 살폈다.
'... 그냥 서서 가자.'
비좁은 좌석에 겨우 5분 남짓 앉기에는, 어차피 두 정거장이면 자신은 이 불편한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하루였다.
이미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끝난 사안에 괜히 트집이 잡혀 기안을 다시 써야 했고, 그 과정에서 거래처에 불편한 전화를 여러 번 해야 했다. 상대방의 난처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으레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죄송합니다', '바쁘시겠지만...' 하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오늘 하루를 곱씹으니 금세 내려야 할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어둑한 승강장을 빠져나오니 밝고 고요한 역사가 보였다. 개찰구에 핸드폰을 가볍게 올렸다. 삑- 하는 전자음이 울리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핸드폰을 가져다 댔다. 네 번쯤 그 행위를 반복하고 짜증이 올라올 때쯤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하..."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청년은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애석하게도 그가 이용하는 출구의 에스컬레이터에는 '수리 중'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침에 공들여 매만진 머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가로등이 듬성듬성 서 있는 골목길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어둠 속을 묵묵히 걸어갔다. 그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