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6일 첫 번째 문장
네 평 남짓한 방에 들어서니 베르가못향이 스친다. 천천히 육면의 공간을 훑으며, 남자는 이 공간의 객을 떠올린다. 깨끗하게 정돈된 주방. 바싹 말라버린 싱크대에는 먼지가 쌓였다. 인덕션 아래에 있는 빌트인 세탁기에도 뽀얀 부스러기들이 쌓였다.
마룻바닥을 잠시 보고 고개를 든다. 한눈에 침대와 책상이 보인다. 자신의 주인과 마지막 밤을 보내고 가지런히 개어진 이불. 그 위에 놓인 하얀 베개. 책상에는 몇 권의 책과 텅 빈 상아빛 편지지가 놓였다.
남자는 생을 놓은 이를 떠올린다. 아마도. 그녀는 늦은 밤 편지지를 들여다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