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 첫 번째 문장
나는 거실에 앉아있다. 정확히는 거실에 놓인 회색 패브릭 소파 위다. 싱크대에 선 남자를 바라본다. 하얀 티셔츠에 까만 추리닝 바지. 바지의 옆면에는 하얀 두줄의 천이 덧대어져 있다. 수전에서 떨어진 물이 텅하고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촤아아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찰박찰박. 사락거리는 옷자락. 적막 위에 소란한 소리들이 쌓인다. 내 눈앞의 남자는 사과를 들고 나른한 발걸음으로 걸어와 내 옆에 앉는다. 멈췄던 플레이리스트가 다시 재생된다. 피아노 선율과 현악기의 울음소리가 거실을 채운다.
"먹을래?"
"아니."
그는 인상을 쓰며 껍질채 사과를 자른다.
"좀 먹어."
"그럼 딱 한 조각만. 한 조각만 먹을래."
입이 짧다며 구시렁거리며, 그는 사과를 여섯 조각으로 나눈다. 유독 한 조각의 사과가 뚱뚱하다. 좀 더 공평하게 자를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뚱뚱한 사과는 원래의 사과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크기다. 제발 저 사과가 내 사과가 아니어야 하는데. 이런. 애석하게도 그는 욕심스럽고 퉁퉁하게 잘린 사과를 내게 내민다. 마지못해 사과를 입에 넣는다. 그도 사과를 입에 넣었다. 앞니로 노르스름한 과육을 베어 물었다. 달큰하고 끈적한 애정이 우리의 아랫입술을 타고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