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 두 번째 문장
방문을 열면 곧바로 마당이 보인다. 잔디 없이 흙과 시멘트로 뒤덮인 무채색의 마당을 가로지르면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방향으로 사뿐히 스무 걸음을 내딛고 왼쪽으로 몸을 빙글 돌린다. 커다란 미닫이문 네 개. 창호지가 발려있어야 할 것 같은 외관이지만 작은 정사각형에는 창호지대신 유리가 자리했다. 매끈하지만 우둘투둘한 유리는 불투명하게 공간을 쪼갠다.
내 짧은 다리로 오를 수 있는 가운데 작은 계단을 여섯 칸 오르면 가슴께에 문 손잡이가 온다. 적갈색의 움푹 패인 나무 손잡이. 손잡이라기엔 잡는다기 보다는 손끝을 끼운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은 모양새다. 나는 엄마처럼 검지와 중지만 넣어 가볍게 문을 열어보려 했다. 아이쿠. 아직 내 여린 팔로는 무리였다. 고개를 돌려 누가 나를 봤을까 살핀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다행히 우리 집 누렁이만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든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늘 그렇듯 네 손가락을 모두 넣어 끙끙대며 문을 연다. 드르륵 같기도 하고 삐이익같기도 한 찌그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할머니가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다. 할머니, 이번엔 뭐 만들어? 내 꺼? 할아버지 꺼? 하며 그의 옆에 풀썩 앉는다. 할머니는 짧게 대답했다. "느이 아빠 꺼." 내 작은 등을 푹푹 쓰다듬고 할머니는 다시 뜨개질을 했다. 쿰쿰한 장롱 냄새와 포근한 섬유 냄새가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