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내일이 온다.
저녁이라기엔 늦고, 밤이라기엔 이른 애매한 시간. 엄마에게 짧은 카톡이 왔다.
- 이번 주 집에 오면서 챙길 것: 시계, 티셔츠, 그리고 음! 가벼운 마음
- 잘자!
나도 짧은 답장을 보냈다.
- 챙겼어용!
- 굿밤!
답장을 보내며 화면이 일렁일렁 흐려진다. 눈을 몇번 깜빡이니 다시 핸드폰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내 시야를 가렸던 축축한 것들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엄마가 챙기라며 당부한 가벼운 마음이란 뭘까?
오고 싶을 때 그냥 기차에 오를 수 있는 마음. 보고 싶을 때 솔직하게 보고싶다고 털어놓을 수 있는 마음.
울고싶으면 울고
웃고싶으면 웃고
뭐, 그런 마음인 걸까.
약을 다시 먹은지 2주가 흘렀다. 한꺼번에 늘어난 약에 온몸이 허둥지둥하고 있다.
제일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것은 위장. 항우울제 부작용으로 식사가 몹시 곤란해졌다. 배는 고프지만, 막상 밥을 먹기 시작하면 구역질이 난다. 목구멍을 수문장이 열어주지 않는 느낌.
남는 음식이 아까워 먹을 수 있는 만큼의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샐러드에서 샌드위치로, 샌드위치에서 씨리얼로, 씨리얼에서 요거트로 끼니가 점점 단촐해졌다.
결국, 2주만에 3키로가 넘게 빠졌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오랜만에 내려온 내 얼굴을 본 아빠는 "얼굴살이 너무 빠졌다."며 내 볼을 꼬집었다. 아기가 된 기분. 영원히 부모 앞에서 나는 아기인걸까. 괜히 기분이 뭉클하니 이상했다.
집에 오지 못한 동생과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살이 너무 빠져서 옛날처럼 까시가 되겠어. 곧 까시가 될거야."
"까시. 까시소영"
"그래도 까시가 되는게 죽는 것보다는 낫지."
"당연하지."
가시가 될 지언정 나는 내일을 보고싶으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뾰족한 까시
뾰족한 마음
마음이 둥글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