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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학 Mar 24. 2023

금강/신동엽

시 읽기

<금강 제22장 말미>


하늘을 보았죠? 푸른 얼굴.

영원의 강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어.

우리들의 발밑에?

너와 나의 가슴 속에.

우리들은 보았어, 영원의 하늘, 우리들은 만졌어, 영원의 강물, 그리고 쪼겠어, 돌 속의 사랑. 돌 속의 하늘.

우리들은 이겼어.



신동엽 시인의 금강. 동학 농민 운동(갑오 농민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전봉준과 가상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장편 서사시로 그려내었다. 순수 텍스트만으로 중편 소설 분량이 될 정도로 길다. 서사시이지만 서정시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시인은 이 서사시를 통해 동학 농민 운동을 형상화하며 3.1 운동과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중 혁명의 역사를 짚고 있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발현되는 민족의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정치적인 이유로 군사 정권 시절엔 금서였다고 한다. 내가 빌려 읽은 판본도 1987년 이후에 금서 해제가 되면서 복간된 것.


갑오 농민 전쟁은 동학군의 참패로 끝을 맺는다. 전봉준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21장- 1894년, 동학군의 패배, 이후에 이어지는 22장에서 시인은 시간대를 당대로 옮겨와 1960년의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의 의지(갑오 농민 전쟁)가 현재(4.19 혁명)에 발현되어 승리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시간을 넘나 들며 진행되는 이 서사시는 역사가 여전히 현대에 묶여 있음을 시사한다. 1987년 이전에 타계한 신동엽 시인은 1987년의 승리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사를 이 서사시로 예견했다. 더 이상 승리할 필요 없는 ‘우리’는 패색이 짙은 표정을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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