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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an 13. 2022

차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찻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단맛보다 쓴맛?

그 친구도 이제는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지만 그때는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나이로 따지자면 자식 벌이지만 차로 벗하는 사이라 다우라는 친구가 되었지요. 이렇게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벗 삼아 지낼 수 있는 인연의 매개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茶友가 두 번째로 찾아왔던 그날 찻자리의 기억을 되새겨 봅니다.


처음 그 친구가 저를 찾아왔을 때는 그 다우의 또래와 제 도반도 자리를 같이 했었지요. 그래서  나이라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는 자리였지만 참 편하게 차를 마셨습니다. 이번에는 그와 제가 단둘이 차를 마시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3시간이 금방 지나간 자리에는 개완이 두 개, 자사호 네 개가 차판에 놓였습니다. 여섯 종류의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지요. 나중에는 그도 나도 차에 취해서 차를 그만 우려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차에 취할 정도로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그의 차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그의 가족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마시고 있는 차가 어떤 차인지 그 차가 제게 온 내력도 이야기를 하였지요.

찻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단맛보다 쓴맛?


그리고 얘기의 말미에는 그가 듣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한 세대를 건너뛴 세월의 차이에서 해 줄 수 있는 주제였었기에 저의 일방통행식의 분위기였지요. 제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단상이었다고나 할까요?


그가 돌아가고 난 뒤에 자리의 말미에서 한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야 했었다고 후회를 했습니다. 다우로서 만났으니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주제만 다루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茶를 마시는 제 어린 다우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제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차는 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묘약입니다. 그래서 제 찻자리는 재미가 없답니다. 그날도 재미없는 무설자의 찻자리였었지만 그와 다우로 만나는 자리가 이어져서 다행이었지요. 대학에 입학하고는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지만 지금도 차를 마시면서 잘 지내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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