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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an 14. 2022

정성을 다해 만들고 마음을 담아 마시는 차

몸에도 이롭지만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는 차

제가 아는 소믈리에분께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명품 와인은 좋은 품종의 나무 한그루에서 한 병을 만들 포도의 양만 남기고 적과를 해버린다고 합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든 영양을 집중한 소량의 포도로 단 한병의 와인을 만드니 명품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운남에서 명품 보이차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분과 자리를 할 때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분은 봄 차만 만들고는 나무에서 더 이상 잎을 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여름 잎, 가을 잎으로도 차를 만드는데 왜 그럴까요?

 

그분의 논리는 겨울을 제외한 세 철에도 찻잎을 계속 따 버리면 나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지요. 수령이 수백 년된 야생차와 고수차를 고집하며 명품 보이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품질을 위해 나무를 아껴야 한다는 겁니다. 대체적으로 대지차-관목 재배차가 쓴맛, 떫은맛이 많은 이유는 그 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랍니다

 

실제로 그분이 만들었던 최고의 차는 한동안 채엽을 하지 않았던 고수찻잎으로 만든 아포차인데 햇차임에도 그렇게 향기롭고 부드러울 수가 없습니다. 몸에 자극이 없는 진년노차나 숙차가 아니면 수면 때문에 차를 못 마신 분이 마셨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다 좋은 차는 없으니 그 차의 좋은 점을 찾아 음미하면서 마시면
늘 최고의 차를 접할 수 있다


 

차를 우릴 때도 그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차의 특징을 찾아 즐기며 차를 낼 때와 단점을 지적하며 마시는 차는 같은 차라도 다른 맛일 겁니다. 누구에게나 다 좋은 차는 없으니 저는 그 차의 좋은 점을 찾아서 마시려고 합니다

 

사람에 대하는 것도 그와 같겠지요. 찻자리에서 다시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 차를 마시는 게 즐겁고 찻자리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다시 또 자리를 하고 싶을 겁니다

 

이번 주에도 좋은 차가 몇 편 제 손에 전해졌습니다. 운남 곤명과 사천에서, 대구에서 제 차바위님들이 보내왔답니다. 차바위님들 고맙습니다.

 

차바위님들이 제게 차를 나누어 주시지만 저는 드릴 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차를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 제 차를 나누며 차와 인연을 맺게 합니다. 오늘도 차와 어울리는 분에게 숙차 한편과 표일배를 전해 주었습니다.

 

오늘 꼭 저 같은 분위기로 차를 마시는 다우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참 행복한 한 주입니다. 모두들 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빕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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