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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Feb 16. 2022

보이차와 나는 日新日日新又日新

나도 보이차도 無常무상하므로 늘 새롭게 만날 수 있으니

보이차를 마시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얻어지는 게 많습니다. 차도 수십 편에서 수백 편으로 많아졌고 다우도 새로 만나게 되지요. 세월은 숫자로 먹는 게 아니라 잘 익어가야 한다지요. 잘 익어가는 차처럼 나도 향기롭게 익어가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내 손에 들어와서 오래 된 보이차가 익은 세월만큼 맛있어졌는지 살펴봅니다. 내가 보이차를 마신 지 20년을 앞두고 있으니 구입할 당시에 10년 된 차는 곧 陳期진기 30년 차가 됩니다. 오래될수록 좋아진다는 후발효차의 특성상 30년 된 차라면 노차대접을 받아도 되지요. 하지만 오래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맛있는 차가 되는 건 아니더군요.


하지만 세월이 지났는데 왜 이 모양이냐고 차만 타박하지는 않은가요? 세월이 지나서 변하는 건 차도 그렇지만 차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구감도 따라가야겠지요. 보이차를 처음 접해서 몇 가지 맛을 느꼈다면 시간이 지나는 만큼 더 다양한 향미를 음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느끼지 못한 숨어있는 향미를 음미할 수 있어야 그 차의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차가 다른 차보다 더 좋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차가 변하는 만큼 내 입맛도 변하면서 더 애착이 가고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보이차와 나는 변하는 만큼 달라지므로 日新日日新又日新일신 일일신 우일신으로 늘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흔히 얘기하길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합니다. 어디 친구만 그럴까요? 한 집에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갈 부부지간은 서로 새로워지지 않으면 지겨워집니다. 내가 달라지면 배우자가 다르게 보이게 되겠지요. 無常무상이라는 말은 달라진다는 의미인데 이왕이면 썩어버리기보다 잘 익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無常무상하므로 無我무아'라는 붓다의 말씀처럼 나라고 하는 고집을 버리면 늘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지요. 나라고 내세우지 않으면 내 주변의 사람도 다르게 다가옵니다. 오래되어 잘 익어가는 보이차의 향미처럼 우리도 향기로운 인품을 가지도록 익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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