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보수동 책방골목을 구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모으기 위해 마련한 행사장에 나태주 시인께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주셨다. 팔순을 바라보는 老軀노구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이 넘도록 선 자리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이 지켜져야 하는 의미에 대해 역설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공주에 사는 노 시인이 왜 보수동 책방골목은 꼭 지켜내야 한다며 당부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려고 그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 자리에 오셨을까?
집은 있는데 사람이 없는 세상, 재물이 주인이 되니 사람은 종으로 전락하고 마는 게 안타까워 시를 쓰신다고 했다. 책이 있는 골목, 책을 찾아 골목에 오는 사람들, 보수동 책방골목은 헌책을 사고파는 곳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를 읽는 사람들이 사랑과 관심만이 어려운 삶을 지탱해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보수동 책방골목은 어렵던 지난 시절을 이겨냈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소라고 얘기했다.
노 시인이 살고 있는 마을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베어지고 말았던 안타까운 얘기를 꺼냈다. 그 은행나무는 마을을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도로를 내면서 잘려나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마을의 풍상을 함께 이겨내면서 넓은 그늘만큼 사람들을 품어왔다고 했다. 길을 넓히고 집을 고쳐 짓는 것만큼 은행나무를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으며 노 시인도 죄책감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오래된 마을과 함께 해 온 은행나무처럼 잊어서는 안 될 한국전쟁의 지난날이 그대로 담겨있는 역사의 현장이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또 동네마다 있던 서점이 다 사라지고 책을 접하지 못해 목 말라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샘터와 같은 곳이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노시인의 시를 탐닉하는 이유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인 ‘풀꽃’에서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는 보수동 책방골목도 자세히 보아야 얼마나 좋은지 안다. 또 오래 이 자리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오래 있어야 할 장소인지 오래 생각해야 하리라. 그렇게 살아가야 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