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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ug 05. 2022

보이차 입문 8-소엽종 차와 대엽종 차

보이차의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요-1

“언제 차 한 잔 합시다” 혹은 “밥 한 번 먹읍시다”라는 인사는 누구나 쉽게 주고받는다. 이 말은 그냥 잘 지내느냐라는 말처럼 편하게 안부를 물으며 덧붙이는 말이다. 이 인사치레로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언제 차를 마실지 밥을 먹을지 기다리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또 차 한 잔 하자는 말이 시간 약속으로 이어져도 꼭 ‘차’ 마시자는 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이야기할 자리를 갖자는 말이어서 커피를 마셔도 되고 술을 마셔도 된다. ‘차’는 분명 고유명사지만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또 고유명사에 차가 접미사처럼 붙어 쓰고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 등으로 쓰는 경우인데 사실은 쌍화탕, 대추탕, 생강탕으로 써야 맞는 말이다. 그만큼 차는 누구나 물 대신 마시는 따뜻한 음료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차’는 엄연히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음료이다. 그런데 녹차, 홍차, 보이차가 다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차나무도 소엽종, 중엽종, 대엽종으로 나누어져 있고 잎의 특징에 맞게 녹차, 홍차, 보이차를 만든다는 건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차나무의 원조는 대엽종     


차나무는 대엽종, 중엽종, 소엽종으로 나누어진다. 대엽종 차나무는 중국 운남성, 중엽종은 절강성, 소엽종은 위도가 북쪽에 가까운 지역에 분포한다. 운남성의 보이차도 북쪽 지역은 소엽종이나 중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다.


大葉種대엽종 차나무는 중국의 호북성(胡省), 사천성(四川省), 운남성(雲南省)일대에서 재배된다. 잎의 길이가 13~15cm, 너비는 5~6.5cm, 나무의 높이는 5~32m 정도까지 자란다.  小葉種소엽종 차나무는 중국 동남부와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잎의 길이가 4~5㎝ 정도, 나무높이가 2~3m 내외로 관리하기 편하며 품종을 개량하여 다량 생산하고 있다. 중엽종은 대엽종과 소엽종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되겠다.     


큰 잎의 대엽종과 작은 잎의 소엽종 중에 차나무의 원조는 어느 쪽일까? 대엽종에서 출발해서 소엽종으로 진화했을까? 추운 지방의 소엽종이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서 대엽종이 되었을까? 정답은 아열대 지방에 있는 대엽종이 原種원종이라고 본다. 운남 대엽종으로 차왕수라고 부르는 수령 2000년이 넘는 차나무도 적지 않게 있는데 야생이 아닌 재배 차나무라는 게 놀랍다.     


잎의 크기는 대엽종이 크지만 두께는 소엽종이 더 두텁다. 따뜻한 지역에서 추운 지역으로 옮겨가 기온에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결과이다. 일반 나무도 아열대지역은 잎의 너비가 넓지만 한대지방에서는 바늘처럼 생긴 침엽수를 생각하면 되겠다.  


사진자료 출처-네이버 블로그 광동뉴스

       

성분이 다른 대엽종과 소엽종  

   

보이차가 주로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지는 건 왜 그럴까? 이 질문은 다시 해야 하는데 꼭 대엽종 차나무 잎이라야 한다는데 왜 그럴까? 그건 차나무 잎의 성분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찻잎의 주성분은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카페인이다.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비율로 보면 대엽종과 소엽종의 성분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다. 대엽종은 폴리페놀이 많고 소엽종은 아미노산이 많다.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 아미노산은 상쾌하고 감칠맛이다.     


대엽종으로 만든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묵히거나 악퇴 발효를 통해 순화시켜서 마신다. 반면에 소엽종으로 만드는 녹차는 상쾌하고 감칠맛이 많으므로 바로 마실 수 있다. 그래서 보이차는 후발효차로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녹차는 가능한 한 빨리 마셔야만 향미를 즐길 수 있다.     


소엽종 찻잎으로 만든 녹차는 묵혀서 마실 수는 없을까? 보이차도 일부 산지는 소엽종이나 중엽종이라고 하는데 왜 대엽종으로만 만들 수 있다고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찻잎의 성분 중 폴리페놀의 변화에 있다.     

차는 만들어진 다음에 폴리페놀의 산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숙차를 만드는 공정에서 폴리페놀 성분이 급격하게 줄게 된다.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대엽종은 산화나 발효 공정을 거치면서 차의 향미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엽종은 폴리페놀 함량이 낮아서 시간이 지나면 맹숭맹숭한 맛이 되고 만다. 소엽종으로 만들어지는 의방차는 잎의 크기는 작지만 폴리페놀 성분이 대엽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후발효차인 보이차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묵히지 않고 바로 마시는 고수차     


보이차의 쓰고 떫은맛의 정체는 아주 복합적이다. 폴리페놀과 카페인이 쓰고 떫은맛인데 커피를 마셔도 이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포도주를 마시면서 맛보게 되는 쓰고 떫은맛도 바로 폴리페놀 때문이다. 결국 차, 커피, 포도주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을 내지만 다른 성분이 복합적으로 고유한 향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폴리페놀은 차, 커피, 포도주가 가지는 향미의 바탕이 되고 다른 성분이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보이차도 밀식 재배하는 다원(대지)차는 쓰고 떫은맛이 강해서 바로 마시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자연 생태 환경으로 관리하는 고수차는 그 향미가 산지마다 독특해서 특정 산지의 차는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2010년부터 고수차가 시장의 대세로 부각되면서 차산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맹해 차구의 노반장이 주목받으면서 고수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불과 십여 년 만에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산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운남 임창 차구 향죽림 고수 첫물차

수령으로 따져 30년까지 소수차, 50년은 중수차, 100년 이하는 대수차로 부르고 100년 이상된 차나무를 古樹茶라고 한다. 처음에는 300년 이상 된 차나무를 고수차라고 불렀는데 시장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100년 이상이면 고수차로 보게 되었다. 근래에는 산지를 대표할만한 차나무에서 채엽한 차를 단주차라고 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다. 중국 사람들의 상술에 좋은 차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대엽종 차는 쓰고 떫어서 몇십 년을 묵혀서 마시거나 악퇴 발효 공정을 거쳐 숙차로 만들어 마셔야 한다는 게 보이차의 정설이었다. 그렇지만 고수차를 마셔보면 그 말은 틀리다는 걸 알 수 있다. 보이차를 원래는 묵혀서 마셨던 차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게 고수차의 등장으로 증명되었다.   

       

소엽종과 대엽종, 더 들어가서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조금 더 들어가 산지별로 다른 독특한 향미는 보이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게 된다. 만약 지금 마시고 있는 보이차 생차가 떫고 쓴맛이라며 손사래를 친다면 고수차가 아닌 다원(대지)차라고 보면 되겠다. 이에 덧붙여 첫물차로 만든 고수차라면 어떤 차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보이차의 매력에 흠뻑 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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