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보이차의 대세는 고수차
2010년 무렵부터 보이차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2010년 이전에도 고수차라는 용어를 쓰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이차 시장의 대세는 대익, 노동지, 하관 등의 茶厰茶차창차였다. 그중에 대익차는 해마다 출시 가격에 시장이 출렁이게 할 정도였고 방품이 많아서 진품을 구별하는 홀로그램을 포장지에 붙이기도 했다.
2010년 무렵부터 진승차창의 노반장 차가 인기를 얻으면서 고수차 바람을 일기 시작했다. 진승차창 노반장의 특별한 향미는 보이차에 무관심했던 중국 대륙의 자본을 움직이게 했던 것이다. 유통 기한이 따로 없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찻값이 오르는 후발효차의 매력이 투자자를 불러들이게 했다.
보이차 투자자들이 어떤 차에 투자할지 고심한 결론은 고수차였다. 古茶樹고차수라고 하는 수령 100년 이상 오래된 차나무는 찻잎의 생산량이 한정되므로 그 해 생산량을 사들이는 만큼 찻값의 결정권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운남성의 古茶樹고차수 茶園다원은 봄철이면 모차를 구입하려는 투자자들로 줄을 잇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때부터 고수차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중국이 경제가 급성장하며 생긴 자본은 투자할 대상을 찾게 되었을 것이다. 보이차가 투자 대상이 된 이유는 아주 명쾌했다. 보이차는 다른 차류와 달리 유통기한이 없어 보유자산이 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찻값이 오르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특정 산지의 차를 모두 사들이면 가격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차의 향미가 독특한 몇몇 산지의 차는 2010년 이전에 비해 십 년이 지나자 수십 배에서 백 배 이상 올랐다. 가난에 허덕이던 깊은 산중의 차 산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모차 값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부촌이 되어 버렸다. 투자자들은 이미 올라간 차 산지는 포기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니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심심산골도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고수차를 향한 투자처의 시작을 알린 노반장, 빙도는 찻값이 넘사벽이라고 할 만큼 올라 일반인은 진품 여부를 확인해야 할 지경이다. 불과 10년 정도에 차창차는 차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고수차 산지의 동향에 주목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고수차는 더 많이 생산할 수 없으니 해마다 새로운 차 산지가 나오고 있다.
고수차는 중국 자본의 투자 대상으로 중국 대륙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독특한 차의 향미에 반한 소비자가 늘면서 중국 명차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중국에서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보이차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어 다른 차류와 차별되는 효능과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이제 보이차는 육대차류의 일반 범주에서 벗어난 고유 가치로 중국차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차로 부각되고 있다.
주요 차산지의 대표 고차수는 일 년 채엽권을 경매에 붙여서 낙찰된 사람이 뉴스로 소개되고 있다. 이제 보이차는 중국 변방의 차가 아니라 차의 原種원종으로 평가받아 중국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빙도노채의 경우 차 한 편이 2009년에 10만 원 이하였었는데 지금은 500~1,000만 원을 호가한다니 투자자들이 그 대상을 제대로 잡았던 게 주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보이차는 중국 차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거의 마시지 않던 차였다. 문화혁명 시절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차수를 베어내고 관리가 손쉽게 밀식 재배하는 대지차를 대량 생산했다. 대지차로 만든 생차는 쓰고 떫은맛이라 중국 사람들도 마시지 않았고 홍콩에서 발효 과정을 거쳐 소비되기 시작했다.
운남성에서 1975년에 생차의 쓰고 떫은맛을 줄인 숙차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숙차는 대지차를 모차로 쓰다 보니 싼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대지차로 만들었던 생차는 쓰고 떫은맛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 묵혀야만 마실 수 있었는데 고온다습한 홍콩에 보관되면서 발효 공정을 거쳐 마시게 되었다.
홍콩의 식문화는 식당에서 음식과 함께 차를 제공하였다. 이때 필요한 차는 가격이 싸야 했는데 발효된 보이차가 딱 맞아떨어졌다. 대지차로 만든 값싼 생차는 홍콩의 발효 기술로 오래된 차로 둔갑되어 노차로 판매되었다. 가짜 보이차 시비는 바로 홍콩에서 공급되는 발효차가 만들어낸 것이다.
보이차는 숙차나 생차를 막론하고 다른 차류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었다. 그건 주로 값싼 대지차였기 때문이었다. 고수차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2010년 이전에는 일곱 편 한 통에 십만 원도 되지 않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보이차를 만드는 찻잎은 대엽종이고 녹차는 소엽종이다. 대엽종은 잎의 크기가 크고 두께는 얇은데 소엽종은 작고 두터운 잎이다.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대엽종이 차나무의 原種원종이고 소엽종은 기후가 추운 지역에서 재배되면서 겨울의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변이 된 것이다.
자연 생태 환경에서 자라는 대엽종 고수차 찻잎은 쓰고 떫은맛이 덜하지만 대지차는 맛이 다르다. 찻잎을 많이 따내기 위해 넓은 다원에 빽빽하게 밀식 재배되는 대지차의 맛은 쓰고 떫다. 찻잎이 나오기만 하면 따내다 보니 차나무도 살아남기 위해 방어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고도가 높은 지역에 강한 햇볕은 폴리페놀 성분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고수차는 적당하게 그늘이 생기는 산언덕의 경사진 땅에서 자란다. 가지를 잘라내기도 하지만 대체로 키 높이대로 자라는 생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나무에 올라가서 잎을 따야 하므로 한 그루 당 생산되는 잎도 대지차에 비해 많을 수 없다. 차나무는 지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나무 간 거리도 충분하게 확보된다.
고수차로 통칭되지만 100년, 200년, 300년 등의 수령에 따라 차의 향미도 다르다. 또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나무가 자라는 환경이 다르면 차의 향미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렇게 차의 산지, 수령, 생태 환경 여건과 잎을 따는 시기마다 다른 차의 향미로 고수차는 대지차와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다.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 때문에 묵혀서 마셔야 한다.
그래서 오래된 차인 노차가 후발효차라는 보이차의 정체성의 절대가치라고 본다.
숙차는 쓰고 떫어서 마시기 어려운 보이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 훌륭한 발명품이다.'
이렇게 알고 있었던 보이차에 대한 상식은 이제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대지차로 만든 생차라면 이 설명이 맞을 수도 있지만 고수차는 녹차처럼 만들어서 바로 마셔도 좋고 시간을 두고 오래 보관하면서 마셔도 좋다. 녹차와 고수차는 폴리페놀 성분 차이 때문에 음용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다. 녹차는 잘 보관해도 2년을 넘기기 어렵고 고수차는 묵혀서 마셔도 또 다른 향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에 아직도 생차는 묵혀서 마셔야 하며 노차에 대해 장황한 얘기를 널어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보이차 세대라 보아도 좋다. 수령 100 년 이상 첫물차로 만든 고수차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어떤 茶類차류와 비교해도 좋다고 할 것이다. 바야흐로 보이차는 고수차로 중국 명차에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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