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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ug 11. 2022

보이차 입문 9-老茶노차라고 들어 보셨나요?

후발효차인 보이차의 頂點정점은 노차

육대 차류는 발효(산화)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불발효차로 녹차, 경발효차로 백차, 청차, 황차가 있고 전발효차는 홍차가 있다. 이 글의 주제가 되는 보이차는 후발효차로서 흑차로 분류된다. 흑차에는 복전, 금첨, 천량차, 육보차 등이 있는데 보이차와 같이 유통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장기 보관해서 마시는 차라서 후발효차라고 한다.


老茶노차라는 말을 쓰게 된지는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본래 보이차는 산지인 운남성에서 묵혀서 마시는 차가 아니었다. 녹차나 다른 차류처럼 그해에 딴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서 마시는 차였다. 후발효차의 하나인 호남성 복전의 주요 소비자는 티베트 등 유목민들이었는데 소비되지 않고 남은 덩이차는 불쏘시개로 썼다고 한다.


묵히면 맛이 좋아지는 차, 그해 만든 차는 쓰고 떫어서 묵혀서 마시는 차, 할아버지가 만들어 손자들이 어른이 되어 마시는 차가 보이차라는 말은 근래에 만들어졌다고 본다. 어떻게 만들어진 말이라 하더라도 ‘오래 묵힌 차의 높은 가치’라는 독특한 존재감이 보이차의 유명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차가 老茶노차다.   

  

노차의 현주소     


老茶노차는 말 그대로 오래된 차를 말한다. 노차의 가치를 드러내는 이름으로 동경호, 동창호, 송빙호 등 호급차가 있고 홍인으로 대표되는 인급차가 있다. 호급차는 대략 1930년대, 인급차는 1950년대에 만들어져서 70~90년이 넘는 세월을 머금고 있다.


거래 가격이 홍인이 억대를 넘어서고 호급은 골동차라고 해서 경매를 통해 결정된다고 한다. 홍인의 가격이 일억 이라고 하면 g당 30만 원이니 6g으로 차를 마신다면 180만 원을 들여야 한다. 차 한 번 우리는데 거의 200만 원이라니 홍인을 마셔본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 아닌가?


호급차는 차를 싼 채로 포장지만 눈으로 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라 할 정도이다. 만약에 호급차를 소장해서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재력가이거나 권력자일 것이다. 차 한 번 우리는데 책정하기 어려운 돈을 들이는 셈이니 호급차를 마시는 이, 그는 누구일까?


그렇지만 90년대만 하더라도 인급차는 보통이고 호급차를 마시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보이차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건 2010년 정도부터였으니 그 이전 90년대에는 소장하고 있었던 사람은 인급차는 물론이고 호급차도 일상의 차-Daily Tea였다고 한다. 보이차도 중국차지만 변방의 차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중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때가 2010년부터였다. 사실 보이차에 대한 관심이 재산 증식 수단이었지 마시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중국의 자본이 보이차에 쏠리면서 차테크로 노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중국의 경제 성장만큼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되었다. 노차를 찾는 사람은 자꾸 늘고 차는 한정되어 있으니 호급차는 희귀 차로 골동차가 되고 인급차도 억대를 호가하게 되었다. 노차는 어떤 차라 하더라도 ‘Limited Edition’이니 소장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다.     


호급차의 대표라고 할 우 있는 홍인
포장지를 송빙호 문양을 가져다 쓴 차, 숙차인데 송빙호를 만들었던 이무산 모료를 썼다고 한다


보이차는 가짜 차가 많다는데   

 

보이차가 가짜라니 그러면 다른 나뭇잎으로 만든다는 건가? 가짜를 만들어내는 데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해도 보이차를 찻잎을 쓰지 않은 가짜차를 만든다는 말이 아니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를 발효 작업을 거쳐 오래 묵은 차인 노차로 파는 걸 두고 가짜 보이차라고 하는 것이다. 노차로 쏠린 투자 바람은 중국, 실제는 대만과 홍콩에서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운 방품을 만드는 기술로 이어져 새로운 보이차의 한 분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가짜 보이차라고 불리는 작업차는 대부분 90년대 차로 팔리고 있다. 10년 이내의 차를 30년 묵은 차와 구분이 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은 진품과 방품을 소비자가 구분할 수 없게 한다. 90년대에는 포장지에 생산연도를 표기하지 않았으며 ‘中國茶業公司雲南省公司’라고 쓴 포장지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해서 썼었다.


포장지에 싸인 차를 벗겨볼 수 없으니 노차의 진품 여부를 가리는 방법으로 잉크색이나 글자체를 보거나 포장지의 종류를 살핀다. 만약에 진품이라고 해도 포장지를 풀어 버리면 제 값을 받을 수 없으니 노차의 진위여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차를 마셔볼 수도, 餠面병면을 보지 못하고 감정인의 말, 아니 판매자만 믿고 구입해야 하니 진품 노차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차는     


90년대 노차라고 하더라도 정품이라면 가격도 만만찮지만 진품 여부가 불확실해서 선뜻 구입하기가 어렵다. 시중에 90년대 차라고 하면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적잖게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노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90년대 차가 저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구매하게 된다.


만들어진 지 얼마나 되어야 노차라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해진 건 없고 통상적으로 30년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90년대 이전 차라면 노차의 陳香진향을 음미할 수 있다.

진향이라고 부르는 묵은 차의 향미는 강한 기운이 누그러지고 산화 과장에서 일어난 성분 변화로 생성된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陳期진기가 50년이 넘은 노차를 마셔보면 아무리 진하게 우려도 거부감아 없어 차맛이 부드럽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노차를 우릴 때는 10g을 넘어 15g씩 차호나 개완에 엽저가 넘치도록 넣고 우린다. 노차는 차가 비싸다며 양을 적게 넣고 우리면 제 맛을 음미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만약 넘치는 양을 넣고 우려낸 차맛이 부정적인 느낌이 온다면 제대로 된 노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이차의 頂點정점이라고 하는 노차, 노차의 근거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후발효차라는 정체성의 끝판은 분명히 노차라고 할 수 있다. 그 꼭대기에 호급차가 있고 작은 봉우리는 인급차이며 꼭대기나 봉우리에 가깝게 80년대, 90년대 차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차라고 파는 차를 정품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기도 하지만 제 가격이라면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다. 그래서 노차를 소장해서 차생활을 하고 있는 분을 찾아 乞茶걸차 하게 된다. 노차는 한정된 貴物귀물이니 인연이 닿으면 그 때 마실 기회를 가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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