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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Sep 08. 2021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백년가로 살'우리집'얼개 짜기-제2영역 손님 공간

 단독주택의 얼개에서 제2영역은 Guest Zone이다. 부부가 쓰는 공간 이외의 나머지 방들을 적당한 자리에 넣으면 되는 걸까? 부부 위주로 살게 된 집이면  ‘우리집’의 ‘우리’는 부부에 한정되고 만다. ‘우리’의 범위에 자식, 친구들까지 들어  있어야 ‘우리집 ’이라며  손님이 자주 찾을 테니 생기 넘치는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으리라.

    

 아파트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하지만 ‘우리집’으로 지어서 사는 단독주택은 손님을 청하는 게 다반사가 된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을 소멸시킬 수 없어서 독감처럼 조심하며 지내야 한다니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우리 식구들은 물론이고 친구들을 집에서 만나는 게 일상화되지 않을까 싶다.  

    

 부부의 친구가 따로 와도 좋고, 가족끼리 만나는 것도 좋은 ‘우리집’, 주말이면 찾아오는 손주를 기다리는 즐거움도 ‘우리집’이니까 가능하다. 며느리도 사위도 제집처럼 편히 묵어갈 수 있도록 손님의 영역-Guest Zone을 구성해보자.      


필자 설계 경남 양산 심한재-이층은 손님 영역으로 방 두 개와 가족실이 갖추어져 있다. 마당으로 열린 방과 뒷산을 바라볼 수 있는 방에서 발코니에서 서서 밖을 내다보게 되어있다


 손님 영역-Guest Zone의 위치     


 손님의 영역과 주인의 영역은 완전히 나누어지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층으로 구분해서 일층은 주인의 영역, 이층은 손님의 영역으로 나눈다. 두 영역이 층으로 구분되면 동선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니 손님이 며칠을 묵어가도 서로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다.    

 

 일층은 공용의 공간으로 거실과 주방을 두고 이층에 침실을 모아 놓은 집은 어떨까? 결국 주침실에 밀려 나머지 방들은 불리한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주침실은 부부가 밤에만 쓰는데도 향이나 조망이 좋은 자리에 있기 마련이니 손님방은 홀대를 받는 셈이 된다. 하룻밤을 묵고 가더라도 손님 대접을 잘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다시 오고 싶을 텐데.     


 손님을 잘 대접하는 건 주인이 베풀어야 하는 기본 덕목이다. 사위를 백년손님이라 하지만 이제는 며느리가 이백 년 손님인 세상이 되었다. 딸을 시집보내는 게 아니라 아들을 장가 들이는 세태가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집안이 화목해진다.     


  아무튼 사위 며느리가 남(?)의 부모를 내 부모처럼 편히 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야만 친손주 외손주 가리지 않고 내 손주로 자주 볼 수 있을 테니 외롭지 않게 사는 지혜란 ‘자식 손님’을 성심껏 대접하면 되는 셈이다. 손님 중의 상 손님인 사위와 며느리가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방을 배치하면 어떤 손님도 만족해할 것이다. 손님이 편하면 주인도 편할 수 있으니 층으로 구분하여 손님의 영역은 이층을 전용으로 쓴다.     


심한재 계단홀-일층 부부 영역과 이층 손님 영역을 나누는 계단홀, 거실이 두 영역의 가운데 있어서 공적인 영역으로 쓸 수 있다.


 침실동의 이층이 Guest Zone, 일층은 Master Zone이다. 손님의 방에는 발코니를 설치해서 멀리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가까이 ‘우리 집’ 마당도 내려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손님 영역-Guest Zone의 구성     


 손님의 영역에서 방은 두 개, 부부 손님과 함께 온 아이 둘이 쓸 수 있으면 되겠다. 침대는 방 하나는 더블베드, 또 하나는 트윈베드가 좋겠다. 그래서 방 크기도 너무 작지 않아야 두 사람이 방 하나를 쓰더라도 편할 것이다.     


 출가한 자식들이 이 집에서 성장했다면 그 방에서 생활했던 흔적을 남겨 두는 것도 좋겠다. 자식들이 그 집에서 크지 않았다고 해도 가구의 일부를 남겨 두면 손주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찍 단독주택을 짓고 산다면 출가한 자식들이 그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묻혀 있어 회귀본능回歸本能으로 자주 오지 않을까 싶다.     


 단독주택 이층에 있는 방은 꼭 발코니를 두면 좋겠다. 발코니가 주는 정서적인 상상력을 충족시키는 하룻밤의 기억을 담아갈 수 있는 방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발코니에 나가 커피잔을 들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아파트에는 이미 없어졌지만 단독주택의 이층에 난 발코니는 다르지 않을까? 단독주택에는 있는데 아파트에는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손님방이 이층에 있으면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니 내 집이라도 아주 편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층의 방은 문을 닫지 않고 쓸 수 있을 만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 좋겠다. 거실에서 부르면 그 소리를 듣고 대답할 수 있으면 소통이 이루어지는 집이 된다. 거실과 각 실의 방을 하나로 이을 수 있는 매개공간으로 계단 홀을 두어 소통의 홀로 삼는다.     


심한재 이층 손님 영역의 발코니, 여기에 서서 먼 풍경을 바라보거나 우리집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낯선 방에서 지낸 하룻밤     


 우리가 집을 떠나 하룻밤을 묵는 곳은 의례 숙박시설이 된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손님이 잠자고 가는 게 불편한 환경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식이라도 어지간하면 묵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지 않은가?   

  

객실에서 지내는 손님은 낯선 방에서 보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집’에서 묵는 손님이 일상의 이벤트가 되는 하룻밤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손님은 ‘우리집’에서 묵어갈 일정이니 밤늦도록 나누는 얘기로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정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우리집’에 찾아온 손님이 밖에 숙소를 잡아 잠을 자야 하는 건 서글픈 일이 아닐까 싶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노후를 보낸다면 꼭 제대로 된 객실을 두어 멀리 사는 친구를 청해 정을 나누면 좋겠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好라고 공자께서 말씀하신 그 즐거움을 객실을 잘 갖춰서 얻길 바란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好라고 공자께서 말씀하신 그 즐거움을 객실을 잘 갖춰서 얻길 바란다.


손님을 배려한 얼개를 잡은 단독주택이라면 외롭지 않은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방책方策이 된다 하겠다. 손님에게도 ‘우리집’이라는 즐거운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얼개를 짜는 건 외로움을 모르고 살 수 있는 집의 Hot Source이다. 부부 이외의 많은 사람이 ‘우리집’이라며 자주 찾아와야만 활기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집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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