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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Oct 11. 2022

대평보이차의 '대평보이차'

고수차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는지요?

보이차를 마신지는 16년이 되었지만 생차는 빨리 친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생차만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숙차만 십 년을 마시면서 얼마나 숙차 자랑을 했으면 숙차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었다. 아무튼 지금은 생차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생차가 더 좋아져서  숙차를 버린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금도 차 구입의 관심은 생차보다 숙차라고 할 수 있다. 생차는 전통 보이차, 숙차는 현대 보이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숙차는 발효기술이 나날이 좋아져서 갈수록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빈 속에 연하게 마시는 숙차 한 잔, 더 맛있는 차를 기다리게 된다.

보이차에서 숙차가 열 가지 모습이라면
생차는 백 가지 천 가지의 모습이라 할 정도로 정체불명이다



보이차는 마시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이 적지 않아도 왜 계속 다른 차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게 되는 것일까? 보이차의 종류가 너무 많고 해마다 새로운 차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숙차가 열 가지 모습이라면 생차는 백 가지 천 가지의 모습이라 할 정도로 정체불명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


숙차는 새로운 발효기술과 고급화 추세에 맞춰 더 맛있어진 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고, 생차는 이름을 드러내는 새 차 산지가 해마다 나오고 있다. 보이차는 오래된 차의 가치보다 뉴페이스로 등장하는 오늘의 차가 더 궁금해진다.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서 생차 숙차를 가리지 않고 해마다 어떤 차가 나올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보이차는 無窮無盡무궁무진한 차


보이차의 특징은 후발효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새 차를 사두게 되면 시간이 지나 가치가 올라간다는 越陳越香월진월향을 보이차의 정체성으로 본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보이차의 한쪽면만 보고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보이차가 세상에 알리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홍콩 상인들의 상술이 먹혀들어가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 때문에 바로 마시기 어려워 후발효를 통해 묵혀서 마셔야 하는 차로 알려졌다. 나도 보이차를 시작하면서 생차를 마셔보니 정말 쓰고 떫어서 마시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차에 관심을 두지 않고 숙차로 차생활을 시작해서 십 년 동안 눈을 돌리지 않고 마셨다.

고수차로 통용되는 키 큰 차나무 잎으로 만든 생차는
쓰고 떫은맛이 아니라 차마다 다른 무궁무진한 향미를 즐길 수 있다

고수차로 통용되는 키 큰 차나무 잎으로 만든 생차는
쓰고 떫은맛이 아니라 차마다 다른 무궁무진한 향미를 즐길 수 있다


쓰고 떫다는 그 생차가 녹차만큼 달고 시원한 향미로 마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고수차는 십 년을 오로지 숙차만 마셔온 나에게 차를 즐기는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고수차로 통용되는 키 큰 차나무 잎으로 만든 생차는 쓰고 떫은맛이 아니라 차마다 다른 무궁무진한 향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숙차도 새로운 발효 기술로 고급 모차를 써서 차 산지의 특징을 살린 제품이 나오고 있다. 숙차는 다 그렇고 그런 차라는 싸구려 차의 인식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고급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생차보다는 종류가 많지 않지만 숙차도 골라 마시는 기대를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고수차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야 할까?


생차가 쓰고 떫은 차가 아니라 올해 만들어 바로 마실 수 있는 차라면 보이차로 풍요로운 차생활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누구나 편하게 마시는 숙차보다는 한정적이겠지만 다양한 가격대로 원하는 보이차의 향미를 찾아 즐길 수 있다. 보이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는 온라인 판매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지간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보이차를 취급하고 있으며 직구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마셔보지 못하고 구입해야 하니 내 입맛에 맞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천차만별인 가격대를 보고 왜 저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으니 선택할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357g 병차 한 편에 5만 원도 하고 50만 원도 하지만 500만 원까지도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보고 딱 한 군데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지목할 판매처가 있다


여기에서 나보고 딱 한 군데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지목할 판매처가 있다. 생차를 선택해도 좋고 숙차도 좋으며 운남 홍차나 운남 백차도 좋다. 편 당 5만 원으로 구매해서 마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형편이 허락한다면 50만 원 이상 쓸 수 있으면 더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부산, 대구에 사는 분이라면 가맹점에 직접 가서 마셔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이차 대표 브랜드인 대익이나 노동지, 하관과는 차별화된 고수차 전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구입해서 마셔보고 실망한다면 반품해도 좋다는 책임 판매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대평보이차의 Signituer Tea, '대평보이차'


대평보이차는 대표께서 운남성의 차산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좋은 차를 만들고 있다. 같은 산이라도 동쪽과 서쪽이 다르고 강 건너 이쪽저쪽의 향미가 다르다. 사람이 잘 가지 않는 차산을 찾아가 모차를 구입해서 원가를 낮춰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2020년도에 '대평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차를 만들어 출시했는데 그 향미가 가격에 비해서 너무 좋았다. 임창차구의 대설산의 찻잎으로 모료를 썼다고 한다. 蜜香밀향이 진하게 다가오면서 적당한 쓴맛으로 회감이 침샘을 자극해 단침이 나오면서 열 번을 거듭 우려도 꾸준한 향미를 내어준다.


대평 보이차 대표께서 전하는 말이 가끔 좋은 모차를 값싸게 구입하게 되면 차값에 그대로 반영하여 부담 없는 가격으로 차를 출시한다고 한다. '대평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이 차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싶다. 출시한 2020년도의 가격은 아니겠지만 지금 구입할 수 있는 가격도 부담이 적을 게 틀림없을 것이다.


근래 들어 첫물차를 자주 마시다 보니 내 입맛이 까탈스러워져 어지간한 차는 목에 걸려 차생활이 불편해졌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 마신 '대평보이차'는 입에 착착 감기듯이 다가온다. 고수차를 마시는 특별한 즐거움 중에 하나는 기대하지 않고 우린 차에서 만족하는 향미가 나올 때이다.  이 차를 마시는 지금은 빙도나 노반장도 부럽지 않다고 할 정도이다. 참 좋은 차다.





내 입에 맞지 않은 차라고 해서 무조건 폄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내 입맛에 맞는 차는 참 맛있다고 얘기하는 건 미덕일 수도 있지 않는가? 차에 대한 글을 오래 써왔지만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거의 없었던 건 특정 차를 좋다거나 나쁘다고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만에 너무 내 입에 맞는 차를 마셔서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참 맛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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