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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an 05. 2023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왜 건축가?

'건축사'라고 당당하게 내 직업을 말한다

브런치에서 내 집을 짓게 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던 글을 읽었다. 글의 시작은 설계를 하기 위해 건축가를 찾아야겠다고 했고 설계자를 정하기 위해 세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을 건축사라고 썼다. 설계를 진행하는 글에서는 설계사라고 호칭했는데 이 분이 설계자를 일러 건축가, 건축사, 설계사로 혼용해서 쓰고 있다.


건축사와 건축가가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받으면 건축사인 나도 자신 있게 답하기가 참 애매하다. 건축사인 분들이 '건축사'로 자신을 소개하지 않고 '건축가'라 얘기하길 좋아한다. '건축사'이면서도 '건축가'로 자신의 직업을 내세우는 걸 보면 '건축가'가 우위에 있는 것일까?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호칭은 어떤 차이가 있으며 '건축사'들이 왜 '건축가'라고 자칭하는지 생각해 보자. 


“건축사”란 국토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工事監理) 등 제19조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건축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건축사사무소'를 개설신고하여 운영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을 건축사보로 고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일반인들은 '건축가'와 '건축사'를 모호하게 구분하며 예술작가를 연상한다. '건축사'는 건축사법 제19조에 따라 건축법 제23조 및 제25조에 따른 건축물의 설계 및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건축사법 제4조에 따라 이러한 업무는 오직 건축사만 수행할 수 있다. 반면 '건축가'의 경우 이보다 더 큰 범위의 개념으로 건축사를 포함하여 건축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의사,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사'자 직업이며 국가전문자격이기 때문에 응시자격도 까다롭고 취득하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가 인증한 대학교의 5년제 건축학과 혹은 (건축전문) 대학원 졸업생에 한하여 실무수련이 가능하며,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실무수련을 받은 사람에 한하여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다른 전문직에 비해서 자격조건이 까다로우며 시험 합격률도 5% 내외이다. 건축분야 최상위 자격증인 건축사는 건축의 모든 설계와 감리를 할 수 있는 국가전문자격증으로 고난도의 시험이다.  

UIA(INTERNATIONAL UNION OF ARCHITECTS)에서는 건축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으며, 실무를 하기 위해 법적으로 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Architect라는 용어는 건축가보다는 건축사가 올바르다고 볼 수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architect라는 용어를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건축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 건축설계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intern architect라고 부른다.  - 나무 위키


건축사를 나무위키에서 찾아보니 이해 가능하게 설명이 되어있다. 그런데 'Architect'는 건축가로 번역되고 일반적인 글에서도 건축가라고 쓰고 있으니 '건축사'는 대중들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한 용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서두에 언급한 글의 필자는 '건축가'를 찾아서 '건축사'를 만났고, 설계를 진행하면서는 '설계사'와 함께 한 것이다. 


'건축사'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니 스스로 건축사라고 자신의 직업을 밝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건축가'라는 직업은 어떤 근거도 없이 스스로 내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 건축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건축설계에 몸 담으며 자신을 소개할 직업으로 '건축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면서 자신을 '건축가'라고 내세우는 건 왜 그러는지 의아하다.


소설가, 수필가, 공예가, 도예가 등은 직업의 어미語尾에 '가'를 붙인다. 이렇게 '가'가 붙어있는 직업은 주로 창작에 관한 일인 경우가 많다. 전문 자격이 없는 일인 경우에는 대중이 인정하는 경지에 올라야만 일가견을 가져야만 자칭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나 소설가, 수필가는 등단이라는 절차를 통과하면 되지만 등단 초기에는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는 걸 주저하는 게 보통이다.


'건축사'는 국가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면 누구나 쓸 수 있으니 '건축가'로 자신을 높이고 싶어서 그렇게 자칭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누구나 인정하는 대가에게는 '건축가'로 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중업, 김수근 선생을 '건축사'보다는 '건축가'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건축사'는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으로 쓰고 '건축가'는 대중이 인정하는 호칭이라 보면 어떨까 싶다. 


명지동 'BALCONY HOUSE'-건축사 김정관 2021 BJFEZ 건축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자신이 대중에게 알려진 존재라며 '건축사'를 숨기고 '건축가'라고 내세우는 건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낮추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건축사라면 국가 자격을 가진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당당하게 건축사로 자신의 직업을 밝혀야 하는 게 마땅하다. 나는 이 일이 자랑스러운 건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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