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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pr 14. 2023

아내의 차

부부가 함께 차를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부부가 같이 차를 좋아하는지요? 괜히 혼자서 차를 좋아하고 눈치를 보면서 차생활을 하지는 않습니까? 저도 사실은 차와 아내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듯한 눈길을 의식하는 편이랍니다.


보이차는 구입하는 양이 많아서 주문한 차가 올 때마다 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서재에 책이 빠지고 그 자리를 보이차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차 장사를 하려고 이렇게 차를 모으느냐는 얘길 한두 번 듣는 게 아닙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보이차 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아마도 공감하겠지요?


그렇지만 오늘도 아내와 앉아서 꿋꿋하게 밤 차를 마십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내는 TV를 보고 저는 차를 냅니다. 오늘은 제가 가진 괜찮다는 숙차를 마음먹고 우려 보았습니다 



'96 숙전과 '98 숙병 그리고 '05 소숙병입니다. 토림패 소숙병의 매력은 단맛이 좋다고 할 수 있는데 개완 뚜껑으로 문향을 하면 묻어나는 달콤한 향기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찻물을 머금으면 입 안에 꽉 차는 두터운 맛은 좀 덜한 편이지만 경 발효 숙차임을 감안하고 마시면 만족할 수 있는 차지요.

 

'98 숙병은 중발효 숙차로서 입안에 가득 담겨오는 잘 익은 맛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에는 떫은맛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차의 본성인 폴리페놀 맛이니 어쩌겠습니까? '96 숙전도 그 맛의 무게는 만족스럽게 느껴지지만 역시 떫은맛이 부담이 됩니다 


사실 오늘은 차맛을 이야기하려고 글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아내가 마시는 차를 내는 걸 글제로 삼았습니다. 혹시 부부가 같이 차를 즐기시는 분이 많은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늦은 밤의 차 마시기에는 아내는 좋은 차 벗이 아닙니다. 아내는 몇 잔만 마셔도 새벽에 꼭 잠이 깨어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두 잔 이상은 잘 마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혼자 두 서너 종류의 차를 마시려면 아무리 양을 잡게 잡아도 차를 채 다 우리지 못하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마시다 남은 차는 유리병에다 모읍니다. 오늘도 이만큼 병에 차가 만들어졌습니다. 좀 진하게 우렸는지 탕색이 예쁘지는 않네요^^ 



이 차는 내일 아침 PET병에 담겨서 아내의 승용차에 실립니다. 내일 하루종일 아내가 일하면서 마실 '아내의 차'이지요. 저는 하루 마시는 양이 몇 리터가 되지만 아내는 한두 잔 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모은 차를 보온병에 담아 건네면 많이 마시게 되겠지요.

  


밤마다 차를 혼자서 마시는 편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아내도 차맛을 알게 되어서 같이 마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함께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보이차가 주는 좋은 효과를 아내도 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었지요. 



차생활을 전하는 일은 그 사람에게 소확행을 선물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대상은 우선 가까운 가족, 특히 부부가 되어 매일 즐겨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야지요. 아내가 스스로 차를 우려 마시는 것까지 아니더라도 차 한 잔 달라고 청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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