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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y 17. 2023

보이차 가격이 3만 원과 3백만 원은 어떻게 달라요?

포장지만 보면 별로 다른 게 없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보이차는 종류가 너무 많지요. 숙차, 생차는 그렇다고 쳐도 대지차, 고수차에다 소수차, 중수차, 대수차에 단주차도 있습니다. 또 첫물차, 입하차, 곡화차에 산지가 다르면 가격도 향미도 다릅니다.


묵힌 세월에 따라 평가도 달라지는데 노차는 얼마나 지나면 그 이름을 붙일까요? 20년 가까이 차생활을 하다보니 수장하고 있는 보이차의 양이 꽤 많아서 몇 종류나 될까 세어보지 않았습니다. 손이 잘 가지 않아서 마시지 않고 버려두다시피 방치된 차는 나중에 노차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보이차는 종류가 하도 많아서 선택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별생각 없이 차를 구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백 편이 넘고 이백 편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 마시고 있는 차도 맛있고 어제 마셨던 차도 좋았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어떤 차를 마셔도 차맛이 그저 그럴 때가 있습니다. 맛있게 마시던 차가 어느 때부터 손이 잘 가지 않다가 다른 차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되지요.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내 입맛이 그 차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에 내가 바라는 차맛의 정도가 올라가 버려서 그렇다면 큰 일입니다. 그 차에 익숙해져서 흥미를 잃었다면 다른 차를 마시다가 다시 마시면 되지요. 그런데 내 입맛이 바라는 차의 기준이 올라서 그렇게 되었으면 어떻게 될까요?


대지차 병배 숙차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한 편으로 두 달 이상 마실 수 있으며 3만 원 내외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올해 첫물 생차로 수령 30년 미만 소수차로 만들었지만 첫물차라서 가격이 대지차에 비해서 비싸지만 차의 향미는 아주 만족스럽다
수령 300년 이상 고차수 모차로 만든 고수차, 첫물차로 만들어 희소성이 높다. 2010년 산이라 13년의 세월이 만든 탕색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숙차를 마시다가 생차로, 대지차를 마시다가 고수차로, 곡화차도 좋았는데 봄차를 찾게 됩니다. 손이 잘 가지 않는 숙차, 대지차, 곡화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이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차 한 편, 한 편이 다 다르니 차를 구입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내 입맛의 기준이 올라가지 않으면 내가 소장한 차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지만 차를 마시다 보면 입맛은 더 좋은 걸 바라게 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보이차는 후발효차라서 계속 바뀐다고 하는데 내 입맛이 달라지는 만큼 맛있게 바뀌어 줄지 모르겠습니다.


보이차 생활을 시작하시는 분은 이런 점에 유념하시고 차를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떤 차를 오래 즐겨 마실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 통 값으로 한 편, 나중에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 지금 마셔서 좋은 차를 찾길 바랍니다.




보이차는 변하는 향미를 즐길 수 있는 차지만 그 변화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 입맛은 내가 가지고 있는 차에 맞춰서 바뀌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차를 바라게 됩니다. 보이차 생활에서 제가 추천하는 차 선택 기준은 지금 마셔서 만족하는 차입니다.


보이차를 살 때 일곱 편이 들어있는 한 통보다 그 값으로 두 편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한 편은 마시고 다른 한 편은 보관해서 훗날 후발효로 변화된 향미를 즐겨야 하니까요. 또 한 번에 많은 양보다 적은 양으로 자주 구입해서 다양한 향미를 즐기는 게 보이차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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