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晩春만춘이라고 하나요? 곧 여름이 아니라 수국이 피어나는 걸 보니 벌써 더위가 느껴집니다. 여름 꽃이라고 하는 덩굴장미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봄을 마무리하는 다연회 오월다회는 주제를 청차로 정했습니다. 지난 사월다회는 홍차를 마셨고 오월은 향미가 빼어난 우롱차, 청차를 마셔봅니다. 보이차를 주로 마시는 다연회 다우님들은 청차는 생소할지도 모릅니다.
다연회 베스트멤버 11명, 언제나 열한 분이 다 함께 하는 찻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오월다회에도 세 분이 빠진 여덟 분이 함께 했습니다. 묵향님은 근무 중, 백공님은 더 중요한 약속, 산수유님은 힘내서 치료를 받느라 서울로 가셨지요.
새로 정한 다연회 규칙 하나, 불참하면 사유를 막론하고 다식을 준비해 온다. 이번 다회에는 상희님이 편의점을 털어 맛있는 다식을 준비했고 총무 서영님도 빵을 챙겨 왔습니다. 차와 함께 먹는 다식도 이제 기다려집니다.
청차는 육대차류의 귀족이라 부를 만합니다. 과향, 화향이라고 하는 달콤한 향과 진한 맛은 다른 차류는 따를 수가 없지요. 청차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는데 민남, 민북. 광동, 대만 우롱입니다.
민남 우롱은 철관음, 민북 우롱은 대홍포, 광동 우롱은 봉황단총, 대만 우롱은 고산차로 대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차는 혜원 님이 관음왕, 무설자가 육계 A와 B-사실 A는 응관 님이 선물한 차, 백룡님은 대우령, 서영님이 동방미인을 준비했습니다. 봉황단총과 철관음도 있었지만 차가 너무 많아서 다음 찻자리에서 마시기로 합니다.
청차류는 발효도-사실은 산화도에서 아주 살짝이면 향이 좋은 청향형, 진하게 하면 맛이 깊은 농향형으로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향이나 맛에서 자극적일수록 저급이고 고급차는 아주 은은하고 은근합니다. 탕색으로 살피면 민남 우롱과 대만 우롱은 녹차처럼 보이고, 민북 우롱과 광동 우롱은 숙차 같아 보입니다.
발효(산화)도가 높은 보이 숙차나 홍차는 맛이나 향이 무겁다면 청차류는 발랄하다고 할 정도로 그윽합니다. 좋은 청차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향이 바로 퍼져 나옵니다. 작은 방에서 청차를 마시면 방 안에 차향이 가득할 정도입니다.
차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聞香盃문향배라는 잔이 따로 있지요. 짧은 대롱처럼 생긴 문향배에 차를 따르고 잔에 옮겨 붓습니다. 문향배의 안에 묻어 있는 차향을 음미하는 청차만의 고유한 절차를 가집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게 보이차를 주로 마시게 되면 아무리 좋은 청차를 가지고 있어도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오늘 청차를 준비해 온 다우들도 청차는 구입하고 빨리 마셔야 하는데 꽤 묵혀두고 있었더군요. 마시지 않고 묵히면 금이 구리가 되는데...^^
청차도 묵혀서 노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주로 철관음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덖어가며 보관해서 노차의 향미를 즐기기도 합니다. 오늘 찻자리의 마지막 차로 경주 아사가 차관에서 제공한 92년 산 계화노철을 마시며 노철관음의 독특한 풍미를 맛보았습니다.
녹차가 좋아? 보이차가 좋아? 청차가 더 좋다? 는 의미가 없는 얘기지요. 차를 마시는 즐거움은 육대차류를 공부해 가면서 골고루 마시는 데 있습니다. 몸이 처지는 오후에는 홍차로 기운을 올리고 비 오는 날은 차향이 더 진하게 다가오니 청차를 마시면 좋습니다. 저는 하루를 시작하는 차는 녹차로, 늦은 오후에는 보이차를 마신답니다.
유월다회는 여름을 시작하는 初夏초하의 찻자리니까 백차를 주제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백차는 제다과정이 시들리기만 있어서 단순해 보이지만 좋은 백차는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요. 근래에 백차가 뜨고 있어 관심을 가져봅니다. 유월 다회도 기대하면서 오월의 만춘 찻자리의 후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