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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ul 05. 2023

미션 임파서블? 아니 파서블 미션이길

부산 강서구 명지동 상가주택

미션 임파서블,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 영화가 시리즈 7까지 나오는 건 주인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상상불가의 묘책과 액션으로 멋지게 수행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집을 설계하는 직업인 건축사의 일도 임파서블한 미션을 수행해야 할 때가 많다.      


건축주가 바라는 만큼만 검토해서 대화를 줄이면 짧은 시간에 설계를 마무리할 수 있다. 설계 작업은 아무리 간단한 프로젝트라 해도 내가 건축주라면 서두를 수가 없을 것이다. 싸고 좋은 물건이 없듯이 집도 마찬가지인데 공사비를 줄여 좋은 집을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 설계는 그런 고민에 대해 가장 적합한 답을 내는 과정이니 어찌 서두를 수 있을까?     


건축사는 건축주와 함께 집을 짓는 목적에 맞춰 공사비까지 가늠해서 설계도를 완성해야 한다. 건축사에게 설계 원가는 바로 시간이니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만 이윤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설계 원가를 줄이려고 건축주와 대화를 줄여야 할까? 건축주를 위해 집에 대해 고민할 시간의 비용을 우리끼리 쉬쉬하며 걱정하는 걸 세상이 아는지 모르겠다.      



건축주의 미션     


이번 상가주택에서 건축주께서 내린 미션은 아주 단순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설계자의 처지로는 그야말로 ‘임파서블’이니 이건 순전히 나만의 고민이라 해야겠다. 음식도 식재료 고유의 맛으로 조리해서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건축주께서 바라는 3층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에서 사는 게 익숙해서 외부 공간은 두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첫 번째, 그다음은 안방 개념 없이 비슷한 크기로 방이 네 개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발코니는 두었으면 한다는 얘기까지로 그만이었다.     


아파트 생활은 집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기로 보면 단독주택과 비교가 된다 할 것이다. 이 제안을 주면서 마당을 가지고 꽃을 가꾼다는 등의 바깥일은 아예 취미가 없다며 쐐기(?)를 박듯이 단호하게 말씀했다. 결국 아파트에 가까운 단독주택으로 얼개를 짜면서 이 집만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다.

    

건축주의 미션 중에 방이 네 개라는 조건도 쉬운 건 아니다. 그동안 작업해 온 상가주택은 방이 세 개인데 하나가 더 추가되는 건 한 층의 면적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집’의 경쟁력을 찾아야 하니 설계자의 입장으로는 ‘임파서블 미션’이다.     


발코니 하우스와 비교하면     


내가 설계자로 낙점받게 된 결정적인 단서는 발코니 하우스이다. 우리 대지와 발코니 하우스는 옆 블록인 데다 모서리 땅이라는 조건도 비슷하다. 발코니 하우스는 정면이 공원에 면해 있고 우리 대지는 남향으로 앉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발코니 하우스는 조망권을 확보한 대지로서 강점을 살려 작업이 되었고 발코니를 강조해서 디자인되었다. 우리 대지는 조망할 대상이 없지만 남향집이라는 강점을 살린 집이 될 것이다. 남향 햇살이 잘 들어오는 집은 삼대가 적선해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집의 조건이 될 수 있겠다.      


대지면적을 비교해 보면 발코니 하우스는 286.8㎡, 우리 대지는 299.2㎡로 집을 앉힐 수 있는 건축면적으로 보면 7.44㎡를 더 얻을 수 있다. 방이 네 개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는 나올 수 있다. 발코니 면적을 포함하면 3층의 전용 바닥 면적이 155.87m2(47.25평)이니 부족하지는 않아 보인다. 식구가 여섯 명이라서 이 정도의 면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발코니 하우스는 전면 조망을 바라다볼 수 있는 강점을 살린 집이다. 그래서 전면으로 발코니와 함께 거실과 주방, 식당을 배열하였다. 외관의 디자인도 2, 3 층의 발코니를 살려 매스의 볼륨을 조형적으로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출된 발코니는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제안으로 어떻게 디자인이 될지 궁금해진다.    


계약에서 설계, 행정처리,공사가 끝나기까지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욕심 낸다고 받을 수는 없는 상, 발코니 하우스로 출품했던 BJEFZ 건축상에서 최우수상이라는 성과를 얻었었다


집의 얼개를 잡아 보니   

  

안방을 따로 두지 말아 달라는 건축주의 미션은 아주 신선한 주거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건축사로서 나의 주거 건축에 대한 의지도 안방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家長가장, 主婦주부라는 용어는 이 시대에서 死語사어가 되었다. 그럼에도 안방이 더 강조되는 신축 아파트는 시대적으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 본다.     


식구 개개인의 방은 비슷한 조건을 가져야만 부부의 집이 아니라 온 식구들의 집인 ‘우리집’이 된다. 건축주 분의 말씀도 집이 지어지고 나면 아이들이 먼저 방을 선택하고 남은 방을 부부가 쓸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집의 사용자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서 아이들이 독립해 나가고 난 이후에 집을 어떻게 쓸지도 생각해 보려고 한다.     


A안
B안

전체적인 집의 얼개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눌 수 있겠다. A안으로 발코니 하우스처럼 거실과 주방을 남향으로 두는 안과 B안은 거실과 주방을 가운데 두고 방 두 개는 남향으로, 또 다른 방 두 개는 서향으로 앉히는 안이다. A안은 거실과 주방 영역에 강점이 있고 B안은 방의 쓰임새에 비중을 두었다.

    

두 가지의 방안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A안은 거실과 주방이 남향에 면해 있어 집 안이 쾌적한 분위기가 된다. B안은 방의 쓰임새가 두 영역으로 구분되어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MASTER ZONE과 GUEST ZONE으로 나누어 쓰는데 강점이 있다.          


비워져 있는 땅, 여기에 채워질 집은 모습으로 드러나게 될까?


상가주택은 삼 개 층이 맞물려 있어 어느 한 층도 독자적인 평면을 가지기 어렵다. 평면을 구성하는데 가장 제한을 두게 되는 층은 2층에 있는 다가구 세대이다. 네 세대가 최소한의 면적으로 집의 기능에 부족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아니 임파서블 미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제한적인 조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만하면 되지’라고 그칠 수 없어서다. 답이 없을 것 같아 생각이 막히면 선방에서 화두를 참구 하듯 집중해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집의 얼개를 생각해 보았다.



도반건축사사무소-대표 건축사 김정관은

집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주거의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부산, 양산, 김해, 울산의 단독주택, 상가주택 및 공동주택을 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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