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차는 생차와 함께 보이차의 양대 갈래 중 하나이다. 생차는 전통보이차, 숙차는 현대보이차로 부르는데 흔히 보이차로 알고 마시는 차는 숙차일 경우가 많다. 차를 우린 탕색이 붉으면 숙차, 연녹색이나 갈색이 비치는 차는 생차라고 알면 되겠다.
온라인 쇼핑몰에 보이차라고 검색을 하면 판매되는 차는 거의 숙차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대로 게시되어 있는 보이차가 생차라면 구입해도 바로 마시는 게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숙차는 누구라도 마실 수 있지만 구미에 따라 불쾌한 냄새가 싫다고 할 수 있다. 왜 숙차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일까?
보이차의 두 갈래인 생차와 숙차, 그 해 만들어진 차의 병면을 보면 확연하게 다른 걸 알 수 있다.
숙차는 발효 식품
우리가 아는 발효 식품을 살펴보자. 된장, 청국장, 낫도, 홍어, 치즈. 취두부 등이 있는데 이 식품들은 예외 없이 특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백주나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도 발효 과정에서 발생되는 냄새는 어쩔 수 없다.
이 식품들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냄새로 익숙해지면 그 식품만의 고유한 풍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발효취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발효 방법을 개선해 냄새가 덜하게 만들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냄새가 덜 할 뿐 고유의 발효취를 없애 버린다면 그 식품의 정체성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보이차의 탕색, 생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된 만큼 색이 짙어져 30년 정도 지나면 사진의 아래 오른쪽의 숙차와 같은 색이 된다
숙차는 호남성 등의 흑차와 함께 차의 갈래 중 유일한 발효차라고 할 수 있다. 차의 갈래를 나누면서 불발효차는 녹차, 약발효는 백차, 경발효는 청차 등으로 발효도로 구분한다. 그렇지만 보이차 숙차나 흑차만 발효차일뿐 다른 차류는 산화차이다. 발효는 미생물의 활동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라서 엄밀하게 따져 쓰자면 다른 차류를 발효라고 하는 건 오기이다.
청국장, 홍어가 우리나라의 고유 식품이지만 특유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 않는다. 청국장이나 홍어를 만들면서 발효도를 조절한 음식은 냄새를 꺼리는 사람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냄새에 익숙해지면 제대로 삭힌 냄새를 받아들이는 걸 볼 수 있다.
숙차는 왜 발효차로 나오게 되었을까?
1973년 숙차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보이차는 중국 변방차로 대륙에서는 인기가 없었다. 보이차도 한 때는 황실에 바치는 공차로 드높은 명성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오래된 차나무가 거의 다 베어지고 말았다. 관목형태의 대지차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쓰고 떫은맛을 내는 보이차는 외면당하고 말았다.
중국 대륙에서 잊힌 보이차는 홍콩에서 활로를 찾게 되었다. 홍콩의 고온다습한 기후는 창고에 있는 보이차를 발효시켜 새로운 향미를 만들어냈다. 보이차가 발효되면서 쓰고 떫은맛이 줄어든 익은 향미가 홍콩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이었다. 대륙에서 버려지다시피 외면받던 보이차가 홍콩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이었다.
여러가지 종류 숙차, 한 때는 대익 7572가 숙차의 대표격으로 대접 받았지만 지금은 고수차 열풍으로 대지차는 한쪽으로 밀리는 추세이고 고급 모료와 개선된 발효기법 숙차가 대세이다
하지만 습한 창고에서 발효된 보이차는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숙차와 같은 차가 아니었다. 홍콩과 기후 조건이 다른 운남성은 발효 보이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 1973년에 숙차를 개발하게 되었다. 쇄청모차를 쌓아 물을 뿌려 커버를 씌어두면 생기는 미생물인 검은곰팡이가 만들어낸 차가 숙차이다.
홍콩의 습한 창고에서 생긴 곰팡이는 해로운 데 숙차를 만드는 곰팡이는 메주에 피는 누룩곰팡이 종류로 무해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특유한 냄새-숙미 숙향은 숙차를 받아들이는데 적잖은 부담이 되었다. 심지어 마시면 안 되는 차라고 얘기하는 여론이 분분한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생차를 전통 보이차로 제쳐두고 갈래를 나누어 현대 보이차로 숙차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숙차의 독특한 향미, 숙미 숙향
쓰고 떫은맛이 많은 생차는 주로 관목 형태로 재배하는 대지차로 만든다. 해발고도가 높은 운남성의 뜨거운 햇볕은 찻잎 성분 중 폴리페놀의 생성을 촉진해서 떫은맛이 많게 된다. 폴리페놀은 발효나 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줄게 되니 숙차는 떫은맛이 적어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발효 식품은 발효 과정에서 발생되는 독특한 냄새가 있는데 숙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발효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시키는 목적에서 이 독특한 냄새 를 줄이는 데 있지 않나 싶다. 현대보이차라는 별칭처럼 숙차는 해마다 개선된 제품이 나오고 있어서 지금은 부담스럽지 않은 향미로 개선되어 숙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대평보이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숙차, 중발효로 만들었지만 고급 모료를 쓰고 개선된 발효 기법으로 풍미로 다가오는 숙미가 숙차의 향미를 극대화 시킨다.
숙미 숙향이 전혀 나지 않은 숙차가 나온다면 어떤 향미의 차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숙미 숙향에 대해 거부감보다 오히려 독특한 차향으로 받아들여야 숙차를 즐겨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특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홍어나 청국장을 찾아 먹으려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차를 고급으로 쓰고 개선된 제다 기술로 숙미 숙향을 줄인 프리미엄 숙차가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프리미엄 급이라고 해도 숙미 숙향은 기본으로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숙미 숙향이 나지 않는 숙차라야 마시겠다고 하는 사람은 생차만 마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숙미 숙향이 전혀 나지 않는 숙차는 없지 않을까 싶다. 숙차는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발효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숙미 숙향은 숙차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풍미라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차와 함께 보이차의 양대 축을 이루는 숙차는 건강에 이로운 발효 식품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숙차는 일상의 여유와 함께 하는 기호 식품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발효 식품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는 차다. 숙향 숙미는 불쾌한 냄새가 아니라 숙차를 마시면서 즐겨야 할 고유한 풍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