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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un 25. 2024

단독주택 심한재-왜 경사지붕에 처마를 고집하는가?

건축주, 건축사, 시공자가 삼위일체로 이루어낸 성공적인 집짓기 스토리12

심한재 집 둘러보기 1 - 밖에서 보이는 집


심한재는 경사지붕에 일 미터 처마를  뽑아내어 설계한 그야말로 보수적인 집이다. 외관 디자인 위주로 별나게 디자인한 진보적인 집은 '공동성'이라는 명제에서 부하가 걸린다. 집이란 지어지고 나면 대를 물려 살 수 있는 百年家가 되어야 하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나만의 고집일까? 


여태껏 내가 설계한 스무 채가 넘는 집들은 모두 경사지붕에 일 미터 이상 뽑아낸 처마를 가지고 있다. 집에 경사지붕을 씌우게 되면 외관 디자인을 할 때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처마선이 아름다운 전통한옥의 기와지붕은 목재 골조의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한다는 목적 이외에도 집을 쓰는데 유용한 기능이 있다. 


집이 지어지고 나면  크고 작은 하자를 손 보는 건 피하기 어려운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공상 하자가 다 해결되었다 싶으면 이제는 외관의 오염과 빗물로 인한 누수로 애를 먹게 된다. 외관의 오염은 외장재를 페인트칠이나 목재, 철재를 쓰면 피하기 어렵고 누수는 주로 창호 주변에서 발생하게 된다. 


집의 유지 관리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경사지붕에 처마 설치로 고민 끝


주택을 남다르게 지어보려고 디자인이 돋보이는 집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SNS로 검색을 해보면 눈에 띄는 건 집의 속내보다는 외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외관 디자인이 돋보이게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집의 편의성은 희생되기 마련인데 이를 어쩌나. 외관 마감재를 목재나 노출콘크리트, 심지어 시멘트벽돌을 쓰면서 처마 없는 경사지붕일 때 살면서 감당해야 하는 집의 유지관리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외관의 유지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야만 평안한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집 관리에 얽매이지 않고 준공한 그 상태로 오래 지낼 수 있는 팁이 바로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을 두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별난 집, 진보적인 집으로 짓는다면 유지관리에서 예측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한옥의 지혜를 이어서 이 시대의 잡으로 지은 집, 심한재의 외관을 둘러보자.


심한재를 멀리서 보면 두 채의 집으로 보이는 데 앞 채는 사랑채에 해당하는 거실동, 뒷채는 안채인 침실동이다. 일 미터로 뽑아낸 처마가 비를 그어주고 여름의 강한 햇볕을 가려준다.
처마가 있으면 밤에 더 빛나는 집이 된다. 처마에 달린 등이 밝혀지면서 우리 집이라며 자랑하는 듯하다.

 

경사지붕이 있는 집을 모자를 쓴 사람에 비유하자면 멋쟁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모자는 햇볕으로부터 가리기 위해 쓰지만 옷을 잘 갖춰 입는 멋쟁이의 전유물이다.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이 있는 심한재, 멋을 부린다고 애를 썼지만 갖춰진 옷을 잘 입었는지 모르겠다. 


집의 얼개는 한옥의 전통을 이어 이 시대의 집으로 구성하였다. 외관을 조선시대의 집으로 지으면 지금의 생활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심한재를 한국 사람의 유전자가 바라는 이 시대의 우리집, 한옥이라고 감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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