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깊이를 알 수 없고, 까도 까도 정체가 모호한 보이차
보이차는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차이다. '보이차 마시는 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그런데 차를 개완이나 자사호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따라 마시는 내용이었다. 별로 배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차는 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른 차류에 비해 따질 게 별로 없다. 차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내 형편에 부담 없는 차를 사면 된다. 특히 숙차는 일곱 편 들이 한 통이면 2.5kg인데 고급 녹차 80g 가격으로도 살 수 있다.
보이차는 표면적으로 보면 마시기도 편하고 차 가격도 부담이 없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게 되면 파도 파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게 보이차이다. 또 양파처럼 까도 까도 알맹이가 나오지 않는 것도 보이차이다. 다시 말하면 평생을 마신다고 해도 만족하기 어려운 차가 보이차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런데 보이차가 정말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정체 파악이 안 되는 차일까? 보이차는 깊이는 파는 그만큼, 정체는 아는 그만큼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노차나 고수차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해도 진품을 만나는 건 인연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욕지족으로 마셔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될 때부터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게 보이차 생활이라 하겠다.
보이차는 혼자 마시면 우물 안 개구리 정도의 만족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다우들과의 교분을 나누는 만큼 너비와 깊이로 보이차의 향미를 즐길 수 있다. 보이차는 소장하고 있는 차의 종류나 양 보다 교분을 나누는 다우들이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보이차 생활에서 차 자랑은 어쩌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다우와의 교분을 자랑하면 부러움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