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Sep 04. 2024

이혼은 막장 아니면 마지막 장?

드라마 '굿파트너'를 보며 생각해 보는 부부의 인연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주인공이며 이혼에 관련된 소송과 그 주변 에피소드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요즘 세태가 결혼하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데 이혼은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니 이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결혼은 때가 되면 무조건 해야 되는 인륜지대사로 알았던 때가 있었다. 있었다고 전제를 하니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사실 심각한 현실이 바로 결혼이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인 여부가 기혼과 미혼으로 나누던 시절이 이제는 비혼까지 넣어야 한다.   

   

복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이혼     


드라마 내용에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아내가 이혼을 해야겠다고 소송 의뢰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평생을 남편의 손찌검으로 지내던 아내는 더 참지 못하고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온 것이다. 의뢰인의 사연을 들은 미혼인 여자 변호사는 무조건 이혼을 해야 한다며 분을 억누르지 못한다.    

 

그렇지만 의뢰인은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애증보다 더 크기 때문이었다. 아내인 자신이 없으면 남편은 밥도 챙겨 먹지 못한다고 걱정이 태산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남편은 자살소동까지 벌이니 의뢰인은 소송을 취하하고 만다.   

  

그녀는 변호사에게 이혼도 복이 있어야 한다며 병실에서 남편을 끌어안는다. 부부는 애정으로 만나서 애증으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이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지독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일까?     

  

결혼하는 게 복인지 화인지는 살아봐야 알 일인데 이혼을 복이 있어야 할 수 있다니 참 모를 일이다. 복이 있어서 이혼하게 되는 부부는 결혼이 화근이었다고 해야 할까? 결혼 생활이 평생 행복할 수는 없을 텐데 이혼하고 혼자 살면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 내가 찾겠다는 이혼     


남편이 군인이었던 의뢰인은 이제부터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며 이혼 소송을 의뢰했다. 평생을 남편의 내조자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온 의뢰인은 작가가 되는 꿈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정년퇴직을 해서 같이 지내는 남편은 아직도 ‘물 한 잔 줘’로 아내를 부리는 사람이었다. 

    

자식들은 엄마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명문대를 졸업해서 남들이 부러워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자식들은 엄마의 훈장이 아니었다. 자식들에게 엄마는 자신들의 인생을 지원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엄마가 이혼소송을 했다는 소식에 자식들은 의아하게 여기는 한 마디는 ‘엄마가 왜?’였으니까.  


   

온 가족이 모여 아내와 엄마의 이혼 소송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남편과 자식들이 이혼의 부당함을 한 목소리로 물아 붙이는 분위기이다. 이 자리에서도 남편은 ‘물 좀 줘’라고 하며 아내에게 물을 떠 오도록 명령했다. 아내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항명하듯 외쳤다. 


‘물은 이제 당신이 직접 가져다 마셔!!!’ 

    

이 한마디에 남편도, 자식들도 왜 이혼을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혼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이혼인 것임을 받아들이게 되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녀는 이제 대리인생의 마지막 장을 끝내는 자리이다. 결론은 재산은 반으로 나누고 2년간 별거를 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이혼을 유보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혼   

  

극 중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고 이혼 전문 변호사이다. 그렇지만 스타 변호사인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 그러다 보니 한 남자의 아내,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엄마라는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그렇지만 남편은 그녀의 비서와 외도를 저지르고 있었다. 집과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를 배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결혼 생활은 막장이니 이혼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혼 소송과 함께 아이를 서로 데려가겠다고 다투어야 했다.    


 


아빠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걸 벌써 알고 있었던 딸이 엄마와 살겠다는 결정을 내려 이혼 소송은 결론이 난다. 그런데 그렇게 이혼을 하면서 마지막 장이 끝나고 딸과 잘 살아가는 새 장이 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딸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도록 아빠와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엄마하고 잘 지낼 수 있겠는가?    

 

이성적으로는 아빠를 미워해야 하지만 아이의 기억에는 엄마와 지냈던 시간이 없다.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부짖는 딸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엄마로서는 채워줄 수 없는 한계 앞에 좌절하고 만다. 이제 드라마는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딸의 부모로서 두 사람은 다시 합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혼은 행복이라는 새 장을 여는 마지막 장이 아니라 불행을 이어가는 막장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드라마의 결론인 것 같다. 부부로 살면서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을까? 그렇지만 이혼이 불행을 끝내고 행복을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장이 된다는 확신은 아무도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아내와 남편은 주종의 관계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에는 가장과 주부라는 주종에 가까운 관계로 살았었다. 아직도 부부 사이에서 주종의 관계를 강요하여 이혼이라는 막장에 이르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혼을 마지막 장으로 새 장을 열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축복을 드려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