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게 적어야 만족할 줄 안다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은 1990년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썼다고 한다. 그는 수필집 <랑게르 한스섬에서의 오후>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정의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이러한 행복을 매일 누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찻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내가 마실 차를 골라 빈 차호에 넣으면서 차의 향미를 떠올린다. 그리고 우러난 차를 숙우에 따라 잔에 옮겨 부어 입가에 가까이하면 벌써 차의 향미가 충만하게 다가온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이렇게 소소하지만 충만한 행복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이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받아들이는 사람만 누릴 수 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바라는 게 적을수록 만족함을 알게 된다고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할 일도 많겠지만 이만하면 되었다고 만족할 일도 많았으면 좋겠다.
올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차가 더 바랄 게 없는 최고의 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좋은 차에 대한 갈망이 끊어지면서 매일 소확행으로 차를 마신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