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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물을 올리면서 생각해 보는 쓰고 떫은맛의 의미

한파보다 더 매서운 시국에 차 한 잔을 대하며

by 김정관

출근하면 찻물을 끓인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마시는 차는 녹차이다. 넉넉한 양으로 차를 내고 머그컵에 담아 동료들에게 건넨다. 백 마디 말 보다 차 한 잔이 어려운 이 시기를 함께 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격려가 될 것이다.


지나온 시간에도 힘들고 막막한 일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이 또다시 이겨내야 할 때이다. 직장은 그만두고 다른 곳을 찾을 수 있지만 직업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다 지나가리라는 말을 되뇌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같은 막막한 불안감이 쉽게 떨쳐내지지 않는다.


보이차를 마시며 지금의 향미를 음미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이차의 향미를 알고 보니 쓰고

떫은맛이 적은 차를 찾아서 음미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차에서 쓰고 떫은맛은 향미의 바탕이며 본질임을 받아들이니 비로소 단맛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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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인생도 어떤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단맛만 찾는 일상은 만족하지 못할 것이며 쓰고 떫은맛을 받아들이는 그만큼 만족할 수 있기에 오늘도 찻물을 끓인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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