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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는 차와 지금 마시는 차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과 지금

by 김정관

매일 차를 마십니다. 식전차, 오전차, 이른 오후차와 늦은 오후차에 밤차로 다섯 차례 차를 우립니다. 식전차는 숙차, 오전차는 녹차, 이른 오후차는 홍차, 늦은 오후차는 생차입니다. 가장 기다리는 차 시간은 밤차인데 오롯이 홀로 차 향미를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매일 다반사로 마시는 차라서 물이 끓는 동안 손이 가는 대로 차는 정해집니다. 녹차는 한 종류, 숙차나 홍차는 어떤 차를 마셔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생차는 이 차 저 차 한참 망설이며 정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밤에 마시는 생차는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마시는 차'라서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차가 아무리 많아도 지금 마실 수 있는 차는 단 한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생차는 같은 차라도 어제 마셨을 때와 오늘 마시면서 다가오는 향미가 다릅니다. 문득 생각나는 차가 있어 오랜만에 우렸는데 흡족한 향미를 보여줄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오래 만나지 못해 잊고 있었던 벗을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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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홍차, 숙차는 함께 마시는 차로 내놓으면 누구나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생차는 오래 차를 마신 다우가 아니면 혼자 마시게 됩니다.

생차의 향미에 대해 격 없이 다담을 나눌 수 있는 다우가 있는지요?

그래서 생차는 혼자면서 내가 나에게 향미를 읊조린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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