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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그런 것 같습니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

by 김정관

아무리 보이차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마시는 즐거움만 못합니다. 두 가지 차를 우려서 비교하게 되면 한 가지는 열등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지난번 마셨던 차의 향미를 잊어야만 지금 마시는 차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얻는 기쁨은 찻물을 끓이면서 기대하는 감정을 잘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오랫동안 투자하듯 모은 보이차가 수천 편인 사람, 억대의 홍인을 숨겨두듯 가지고 있는 사람, 노반장, 빙도노채만 수집하듯 구해서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이차를 재물의 가치로 보는 사람과 매일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이차를 욕구를 충족하는 목적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차 생활은 일상의 행복을 유지하는 과정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지 않고 차를 마시면 온전한 향미를 음미하기 어렵습니다. 찻자리를 가져 마주 앉게 되면 그 누구라도 부드러운 말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나를 위해 마시는 차와 마주한 사람을 위해 내는 차는 달라야 합니다. 보이차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면 어렵지만 소확행의 일상에 두면 지금 마시는 차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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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게 아니라 출발부터 돌아올 때까지 과정의 즐거움에 두어야 합니다.

보이차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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