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의 후운(喉韻)
보이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알게 되면 알수록 새롭게 다가옵니다. 흔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하는데 보이차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이차를 접하게 된 처음에는 쓴맛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숙차만 마셨습니다. 심지어 첫물 고수차 노반장을 마시기 어려워 하며 이 차를 왜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숙차만 거의 십년을 마시고 나니 생차가 받아들여지더군요. 생차를 마시면서는 단맛만큼 쓴맛을 받아들이면서 향미를 즐기는 폭과 깊이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차를 들이키고 나서 쓰고 단맛만 따지는 게 아니라 목 넘김 뒤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목 넘김 다음에 느끼는 여운을 두고 후운(喉韻)이라는 용어를 쓰더군요.
달고 쓴맛은 혀로 향미를 알게 되지만 차가 가지는 진면목은 그 뒤에 드러나게 됩니다. 차를 마시면서 큰 잔으로 꿀꺽 들이키면 달다 쓰다라는 맛 정도만 구분하게 되지요. 그런데 작은 잔으로 천천히 입안에 찻물을 굴리듯이 마시면서 길게 숨을 들이켜 보십시오. 입안에서 혀로는 감지하지 못하는 향미가 비강을 통해 스미듯 다가옵니다.
차를 맛으로만 받아들일 때는 쓰고 단맛으로 구별해서 혀로 느끼는 미각(味覺)으로 차를 마셨나 봅니다.
향미라는 느낌으로 차를 음미하게 되니 목 넘김 뒤에 다가오는 후운(喉韻)이 주는 울림이 있습니다.
차를 맛 만으로는 보이차가 심심한데 후운을 받아들이게 되니 지미무미(至味無味)의 깊이를 알게 됩니다.
'지극한 맛은 맛이 없다'는 말의 근저가 보이차를 마시며 목 넘김 뒤의 여운인 후운으로 얻어지길 바랍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