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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마시기의 행간(行間)

차를 넘기기 전에 잠시 머금어서 향미를 살피면

by 김정관

보이차를 마시며 어떤 맛을 더 좋아하나요? 차맛에는 오미(五味)가 다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쓴맛과 단맛을 주로 음미하게 됩니다. 신맛이 나는 건 금기시하고 짠맛과 매운맛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지요.


쓴맛이 뚜렷한 차라고 해도 결국 단맛이 함께 해야 좋은 차라고 합니다. 단맛이 많은 차가 좋다지만 쓴맛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밋밋하게 다가옵니다. 한 가지 차를 여러 사람이 함께 마셔도 다르게 평가하는 건 왜 그럴까요? 쓴맛에 익숙한 사람은 단맛부터 느끼지만 그 반대의 입맛으로는 쓰다고 찡그립니다.


쓴맛이 많이 느껴지더라도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침이 솟아나면(生津) 단맛이 따라옵니다. 쓴맛이 과하지 않게 입안을 자극하면 단침이 나오면서(回甘) 단맛이 나옵니다. 차를 마시며 입에 넣자마자 꿀꺽 삼키지 말고 잠깐 머금고 있을 때 생기는 반응을 음미해 봅니다. 차맛의 양갈래라고 할 수 있는 쓴맛과 단맛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관계 맺기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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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단맛이 많은 차를 첨차(甛茶), 쓴맛이 많으면 고차(苦茶)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좋은 차로 평가하는 노반장과 빙도노채의 바탕은 쓴맛이며 여운으로 남는 건 단맛이지요.

단맛과 쓴맛으로 차가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차를 머금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여운을 받아들입니다.

차를 툭 털어 넣고 꿀꺽 삼켜 버리면 행간에 담겨 있는 그 차의 본질을 음미할 수 없게 되고 맙니다.


*행간(行間) : 글의 줄과 사이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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