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고 차가운 음료만 마시면 안 되지요.
날씨 탓인지 차맛이 제대로 나질 않습니다. 특히 생차는 평소에 음미하는 향미가 아니라서 바꿔 마셔도 그 맛이 아닙니다. 차를 더 넣어 보기도 하고 우리는 시간을 더 주어도 입에 맞지 않네요. 차 탓을 할 건 아니고 더위에 지친 몸 상태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더위 때문에 향미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무뎌져서 차를 즐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발효나 산화가 많이 된 숙차나 홍차, 노차를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입맛이 구감이 세심하지 않은 편이라서 이십 년 가까운 생차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숙차는 찬 바람이 불어야 손이 간다고 하는데 올여름은 자주 마시게 됩니다.
아무리 더워도 찬 음료는 마시지 않으니 차를 우려서 온도를 낮춰서 마십니다. 산화도가 낮은 생차는 온도를 낮춰 마시면 쓴맛이 두드러져서 제맛이 떨어지지요. 그렇지만 숙차나 홍차, 오래된 생차는 식혀서 마셔도 나쁘지 않더군요. 백차도 향이 좋아서 냉침으로 우려 마셔도 좋지만 자주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여름이라고 해서 차맛이 떨어지는 걸 모르고 차를 마셨는데 올해는 다르네요.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탓도 있지만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 탓을 해야 하나 봅니다.
계절마다 달리 다가오는 향미와 나이와 몸 상태를 살펴서 차를 마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흐리고 비도 내리는 날이라 고수 전홍을 마시며 처진 기운을 돋울까 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