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차는 지금 마시려고 하는 차
앉으면 차,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도 차,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차... 이렇게 차를 마시는 시간은 제게 가장 소중한 일과랍니다 사무실의 테이블에도, 우리집의 거실 한편에도, 여행길에도 차를 우릴 수 있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차를 마신 지가 벌써 스무 해가 다 되어갑니다. 차를 마시기 전에는 차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요? 제 하루 일과는 기상과 함께 찻물을 끓이며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밤차를 마셔야 끝이 납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집에 백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유지라는 비결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밥때가 가까워지면 오늘 먹을 음식을 상상하면서 아주 맛있을 것이라고 되뇐다고 합니다. 그러면 입에 침이 돌고 속에서는 그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겠지요. 그리고 아주 맛있게 음식을 먹게 되니 위장병이라고는 아예 없이 살고 있답니다. 항상 맛있는 밥을 먹으니 어떻게 장수를 누리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저도 차를 마시기 전에도 해야 할 일이 이런 것이라 여기고 할아버지의 생각을 따르고 있습니다. 찻물을 끓이기 전에 이 차는 아주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잠깐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물론 마실 차를 고르면서 신중하게 마음을 담았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차는 그 자리에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 마실 차를 생각하니 입에 단침이 고입니다.
찻자리에서 간혹 차를 마시고 꼭 단점부터 꼬집어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차라도 음미하고 난 뒤에 그 차의 장점을 찾으려고 애쓰면 늘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인급 호급 노차를 마시더라도 구태여 그 차의 단점을 들추어내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마시게 될 최고의 차를 굳이 어떤 차냐고 물어보지 않으실 거죠?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