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회 2025년 7월 다회 후기
폭우로 한 주 연기했던 칠월 다회 찻자리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칠월은 폭우까지 내려서 다연회 19년 만에 처음으로 다회를 한 주 미루게 했습니다. 부산은 큰 비가 없었는데 하필 다회 날에 폭우 예보로 재난예보 메시지가 계속되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다우는 걱정이 덜했지만 멀리에서 오는 다우의 귀갓길이 염려되어 한 주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참석여부를 수요일에 단톡방에 올렸는데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에 독촉과 당부를 함께 담아 글을 올려서 겨우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우님들께 당부드리오니 다회 공지가 되면 바로 참석 여부를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번개 공지가 아니라 정해진 날인데 참석 여부를 올리는 걸 미룰 필요가 없지요. 참석하지 못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게 인원이 적을수록 참석하는 다우는 더 좋은 차를 마실 수 있거든요. ㅎㅎ 참석여부 확인은 공지가 되는 즉시에 해주시길 꼭 당부 드리옵니다. ^^
다회가 연기되는 바람에 세 번째 금요일에는 참석 예정자가 12명이었던 다우가 6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럴 때가 좋은 차를 깊이를 더해 마실 수 있지요. 준비된 차는 09년 첫물 야생차와 올해 만든 수령 1200년 백앵산 첫물 야생차, 홍차의 샴페인이라 부르는 다즐링 홍차와 올 햇차 노반장 고수차입니다. 백룡님이 준비해 온 2014년 백차당 20주년 기념병, 2013 포랑산 고수차부터 먼저 마시며 찻자리를 시작했습니다. 또 상희님이 일부러 제게 전해주고 간 진기 40년 노산차도 대장차로 마셔봅니다.
오늘도 다우들이 어떤 다식을 챙겨 올지 궁금해하는 건 다연회의 루틴이 되어 있습니다. 김영님은 추억의 간식 모나카를, 서영님은 밀크시리얼바를 준비해 왔습니다. 에피소드인커피에서 준비한 김밥과 허니브래드와 함께 배를 채우고 차를 마십니다. 오늘은 마실 차가 많아서 부지런히, 집중해서 마셔야 합니다.
1번 차는 백룡님의 백차당 20주년 기념병, 2번 차는 포랑산 고수차로 진기가 10년이 조금 지난 차입니다. 두 차가 다 첫물차로 고수차의 향미를 음미할 수 있어서 다우들이 모두 만족한 반응이었습니다. 보관이 잘 되어서 보이차가 녹차와 달리 시간의 변화와 함께 진화되는 바람직한 생차의 향미를 음미할 수 있었고 포랑산 차의 기분 좋은 고미가 참 좋게 다가왔습니다.
3번 차와 4번 차는 야생차로 마십니다. 야생차는 재배차와 다르게 차나무의 원생 향미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3번 차는 천년보이차 09년 첫물 야생차, 4번 차는 호태호 수령 1200년 백앵산 얼가즈 야생차입니다. 천년보이차 야생차는 농향미가 좋고, 호태호 야생차는 햇차답게 청향미가 좋다고 시음 평을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차가 다 다른 느낌으로 야생차의 진미(珍味)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5번 차는 인도 홍차인 다즐링 홍차를 마셔봅니다. 다즐링 홍차는 전주 다우께서 제게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라며 선물로 부쳐 주셨습니다. 차를 보내는 메시지에 다연회 다회 날에 맞춰 보내니 다우들과 함께 맛보라는 당부를 주셔서 더욱 고맙게 받았습니다. 홍차의 샴페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향미가 참 좋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차는 진기 40년의 노차를 마십니다. 노차는 보이차를 마시는 누구에게나 환상과 함께 기대를 하게 되지요. 상희님이 연기된 다회 일정에 선약이 있어 참석지 못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 제게 전해주고 갔습니다. 노산차는 어떤 환상적인 향미를 보여줄지 기대를 가지고 우려 봅니다.
아... 이럴 수가? 차를 우려 마시니 목 넘김이 불편하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려 옵니다. 상희님이 이 차를 보낸 건 노차라도 보관을 잘못하면 마시기 어렵다는 걸 알게 하려고 그랬고 합니다. 엽저를 보니 탄화되어 갈색은 거의 보이지 않고 까맣네요. 사람도 그렇지만 차도 나이를 잘 먹어야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요.
7월 다회는 숙차부터 고수생차 2종, 야생차 2종, 홍차와 노차까지 일곱 종류의 차를 마셨습니다. 짧은 시간에 생차를 마시느라 다식을 절제하면서 집중해서 향미를 음미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차는 천천히 마시면서 향미의 깊이를 음미해야 하는데 1시간 반 만에 많은 차를 마시니 아쉽습니다, 그나마 여섯 분이 마셔서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ㅎㅎ
8월 다회는 10년 이상 20년 이하의 생차를 마셔보며 첫물 고수차가 시간과 함께 어떤 변화를 향미로 보여주는지 음미해 보겠습니다. 다우님들이 기대해도 좋을 차로 준비하고 있으니 8월 다회에는 만석이 된 찻자리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