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먹었다고 다 대접을 받을 수 없는 건 보이차도 마찬가지
유독 보이차만 오래된 차를 두고 노차(老茶)라고 부릅니다. 다른 차류는 만들어진 그 해에 다 마시고 새해가 되면 다시 햇차를 구입하지요. 보이차는 후발효라는 특성이 있어 오래 두고 마시면서 변화된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백차나 홍차 등도 긴압차로 만들어 묵혀서 오래 마시기도 합니다.
노(老)라는 말에는 익숙해짐, 숙성됨, 완숙함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생(生)은 신선함과 미숙함을 의미하며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상태를 뜻하지요. 보이차에서 생차는 신선하지만 숙성될 여지가 있으며, 노차는 완숙된 상태로 보면 될까요? 그러면 숙차는 발효 과정을 거쳐 익어갈 시간을 당겨 완숙시킨 차라고 보면 되겠죠.
중국에서는 어떤 이름에 접두사로 노(老)를 붙이면 스스로는 겸손, 대상에게는 존경의 의미를 둡니다. 노반장은 반장차구, 빙도노채도 빙도오채의 으뜸으로 존중을 받고 있지요. 단순히 오래된 것으로는 노(老)를 붙여 존칭으로 쓰지 않으니 노차라고 부르는 차도 그만한 가치가 담겨 있어야겠지요. 이렇게 보면 오래된 숙차를 노숙차라고 부르는 건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백 세 시대를 살다 보니 칠순의 나이인데도 노인이라 부르면 손사래를 치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분은 스스로 노인이라고 하는데 그분께 겸손과 수용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30년이 지난 보이차를 내면서 노차라고 하는 분이 있고 아직 멀었다고 하기도 합니다.
보이차에서 '노차'는 오래된 차라고 해서 무조건 붙일 수 있는 말은 아닐 듯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