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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숙차를 머그컵에 담아 마시는 아내

부부는 서로 달라서 끌렸고 함께 살아가면서 닮아가는데

by 김정관

지금은 보이차를 건네면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마시지만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낙엽 삶은 물 같은 이런 걸 왜 마셔요?"

제 딴에는 귀한 차라며 노차를 우려 주면 미간을 찡그리며 이 말을 했습니다.

아내는 카페인에 민감해서 커피도 오전에만 마셔야 하니 보이차는 함께 마실 시간이 없었습니다.


딸과 사위, 손주까지도 잘 마시는 차를 아내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저는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 식전에 숙차를 마십니다.

어느 날부터 아내에게 숙차를 머그컵에 담아서 아뭇소리 없이 건네기 시작했지요.

이제 아내는 은근히 숙차를 기다리는 눈치이니 다우가 된 셈이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보이차를 마신 지 올해로 19년이 되었는데 15년 만에 아내도 함께 마시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서로 달라서 마주 보게 되었고 오래 살다 보면 닮아가며 하나가 된다고 하지요.

흔히 부부가 다투며 사는 걸 성격이 맞지 않아 그렇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그렇지만 부부가 서로 달라야 상호보완을 할 수 있으니 사실 합이 잘 맞는 것이지요.



아내는 차를 마시고 남편이 커피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집만 해도 아내는 카페를 십 년 운영하며 원두 로스팅 전문가랍니다.

그런데 드립커피는 제가 더 잘해서 출근 전에 만들어서 식탁에 놓고 집을 나섭니다.

좋은 친구는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사이일 테니 부부는 최고의 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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