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면서도 밥은 잘 챙겨 먹지만
루틴-routine이라는 말은 늘 반복해서 하는 일을 이릅니다.
저의 루틴 중에 하나는 차 마시는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면을 하고 찻물을 올리고 잠들기 두 시간 전까지 밤차를 마십니다.
거의 십 년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반복해서 하고 있는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어젯밤과 오늘 아침은 차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어제 밤차는 오후에 갑장 친구들과 다회를 해서 안 마셔도 되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차는 오랜만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차 마실 시간이 없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조금 늦게 일어나도 차는 빠뜨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아내가 집에 없었답니다.
아내는 손주를 돌보느라 일주일에 이삼일 딸네에 가 있습니다.
아내가 없는 날은 아침 차를 마시는 루틴을 지키는 걸 종종 빠뜨리게 됩니다.
둘이 하는 일을 혼자서 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내가 마실 차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내가 있었으면 늦잠을 자지도 않았을 테니 찻물을 끓일 수 있었겠지요.
아내가 집에 없어서 혼자 지내다 보면 루틴을 유지하는 게 느슨해지는 걸 느낍니다.
꼭 해야 할 일은 혼자 있어도 빠뜨리지 않지만 차 마시는 건 건너뛰기도 합니다.
아침 차는 아내와 함께 마시고 밤차는 혼자 마시지만 루틴이 허물어지게 됩니다.
아내가 없어도 집에서 할 일을 잘 해내지만 일상이 간 맞추지 않은 음식 같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