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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없이 동그란 찻잔을 바라보며

세모나고 네모진 찻잔은 왜 없을까?

by 김정관

차 생활을 20여 년을 해왔지만 네모난 잔에 담아 마셨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네모나게 만들어진 잔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 잔으로는 차를 제대로 마시기 어려울 겁니다.

잔의 모서리로 입에 부어 넣을 수 있겠지만 변으로 마시면 입 옆으로 흘러버릴 것입니다.

삼각형 잔으로는 더 마시기 어려울 것 같으니 잔은 변이 많을수록 마시기가 편할 것 같지요?

네모진 잔은 기역자로 꺾인 모서리에 묻은 찻물은 잘 씻어지지도 않습니다.

네모진 잔은 손으로 쥐기도 어려워서 잘못 잡으면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다탁에 놓인 여러 개 잔이 가지런하지 않아서 차 마시는 정서에도 어울리지 않겠지요.

특이한 모양새가 눈에 들지만 쓰임새로는 아무래도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동근 찻잔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는 우리의 마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찻잔이 둥글어서 무심하게 눈을 감고 마셔도 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셔도 됩니다'

손잡이가 없는 찻잔은 어디를 잡아도 되는 데다 입술에만 갖다 대면 마실 수 있습니다.

다도를 얘기하는 분은 잔을 이렇게 쥐고 마셔야 한다지만 찻잔은 그걸 따지지 않겠지요.


차를 마시면서 모난 얘기나 험담을 나누는 건 찻자리의 정서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둥근 찻잔을 손에 쥐고 나누는 이야기는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주제가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쓰지 않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둥근 찻잔이지만 함부로 대하다가는 깨뜨리고 만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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